[길벗 따라 생활건강] 스트레스와 우울증, 장내세균총의 관계

  • 입력 2022.10.30 18:00
  • 기자명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나현균(한의사, 김제더불어사는협동조합 이사)

스트레스가 우울증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임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스트레스가 지속되는 한 우울증은 호전되기 어렵습니다. 왜 그럴까요? 뇌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그리고 또한 장에서는 무슨 문제가 일어나고 있을까요?

먼저 이 스트레스가 뇌에서 작용하는 방식과 그것이 장에 이르는 경로를 살펴보겠습니다. 스트레스는 주위 환경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되면 즉각 전두엽에서 시작되지만 곧바로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를 지나며 감정에 영향을 주게 되고, 이는 곧 생리활동을 통제하는 해마를 지나 두뇌 전체로, 이어서 몸 전체로 영향력을 넓혀 가게 됩니다.

미주신경을 통해 그 신호가 장으로 전달되면 코티졸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게 만들어, 마침내 장내 미생물의 구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몸과 균형을 이루며 건강한 공생관계에 있던 장내세균총이 파괴되면 평소에는 잘 분비되던 세로토닌 같은 생리 활성 호르몬의 생산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염증을 일으키는 각종 사이토카인들이 생성되면서 뇌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장내 미생물의 균형이 무너지면 즉각 미주신경을 통해 뇌에 나쁜 영향을 주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장점막을 파괴하는 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군이 급증할 위험입니다. 그러한 미생물들이 급증하여 장점막이 파괴되면 파괴된 장점막을 통해 장내 염증 산물이나 박테리아가 혈류를 통해 뇌로 직접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염증 산물의 침투는 우리 몸의 염증수치를 높여 각종 질병의 원인을 제공하고 스트레스 상황을 가중시킬 것입니다.

일례로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라는 박테리아는 평소 장내, 호흡기, 생식기 등에 숨어 있다가 우리 몸의 세균총 균형이 무너지면 급격히 증식하여 이것이 직접 뇌로 전달되는 것이 확인됐는데,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해마에서 추출한 유전물질을 분석한 결과 ‘진지발리스’의 유전물질이 90% 이상의 환자들에게서 발견됐습니다.

이렇듯 장내세균총의 변화는 스트레스와 우울증뿐만 아니라 치매나 파킨슨 질환 등 뇌 활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점차 확인되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장기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먼저,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둬야만 할 것입니다. 색과 향이 강한 과채류에 풍부한 폴리페놀은 장 내벽을 튼튼하게 하는 박테리아(아커만시아 무시니필라)의 성장과 번식을 도와 염증 수치를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고프기를 기다렸다가 소식하는 습관은 장점막을 파괴하는 미생물의 숫자를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무엇을 먹는지, 얼마만큼 적당히 먹는지에 따라 장내 미생물의 구성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그 어떤 약보다 훨씬 훌륭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