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농업현장 전문가에게 듣는 ‘미래가 있는 농업·농촌’

대산농촌재단, 창립 3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 서울서 개최

EU 새 공동농업정책·독일 농민자격증과 에너지자립사례 발표

  • 입력 2022.10.29 11:47
  • 수정 2022.10.29 12:0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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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대산농촌재단이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을 주제로 창립 3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 가운데 독일 농업현장 전문가들과 국내 토론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대산농촌재단이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을 주제로 창립 3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한 가운데 독일 농업현장 전문가들과 국내 토론자들이 종합토론을 하고 있다.

 

독일 농업분야 현장 전문가들이 2023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유럽연합(EU)의 공동농업정책(CAP)과 농업전문직업학교를 통한 농민자격증 부여 과정, 에너지자립을 하는 지역의 사례 등을 우리나라에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산농촌재단(이사장 김기영)이 창립 31주년을 맞아 서울서 개최한 국제심포지엄을 통해서다. 기후위기·식량위기·에너지위기 시대, 이를 극복하는 열쇠를 농업·농촌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의미도 담았다.

대산농촌재단 창립 31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이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미래가 있는 농촌, 지속가능한 농업’을 주제로 열렸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2023년부터 새롭게 시행하는 EU의 공동농업정책(CAP) 방향과 현장의 대응 △사회가 인정하는 전문가, ‘농민’을 양성하는 정규교육시스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자립 828%를 달성한 독일 지역 사례 등을 통해 지역 활성화 방안을 살피고 기후·식량·에너지 위기에 지역소멸 위기까지 직면해 있는 한국 사회와 농업·농촌이 당면한 과제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요세프 히머   대산농촌재단 제공
요셉 히머  독일 바이에른주 켐프텐시(市) 전 농업국장. 대산농촌재단 제공

첫 번째 주제는 ‘EU의 농업·농촌 정책과 국민의식’으로, 독일 바이에른주 켐프텐시(市) 전 농업국장을 역임한 요셉 히머 박사(Dr.Josef Hiemer)가 맡았다. 요셉 히머 박사는 “유럽연합은 2021년부터 2022년까지 정책전환 기간을 거쳐 새로운 5년(2023년~2027년)의 공동농업정책(CAP)을 확정했다”면서 그 목표로 온실가스 감소, 2030년까지 유기농업 확대, 안전한 식량공급, 식품부문의 더 나은 사회적 조건 등이 있다고 말했다. 즉 새로운 CAP는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새로운 CAP는 탄소중립이라는 전 세계적 목표달성을 위해 2023년부터 환경친화적 농업방식을 적극 확대하는 것은 물론 소농과 청년농부에 보조금을 추가 지급할 계획이다.

요셉 히머 박사는 “비료 사용량을 줄이고 휴경을 하면 생산량이 줄어든다. 결국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한국도 그렇지만 독일 역시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올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값싼 제품을 찾으려 하고 결국 수입을 하게 된다”면서 “유럽연합도 이런 문제로 다른 지역 물건이 쉽게 들어온다. 자국 농업에 부정적이지만 반대로 한국 농민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독일도 농가 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지만 농업을 그만두더라도 땅은 반드시 농지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칼 립헤어 대산농촌재단 제공
칼 립헤어 독일 켐프텐농업직업학교 명예교감. 대산농촌재단 제공

두 번째 주제는 ‘농민자격증, 품격과 책임’으로 칼 립헤어(Karl Liebherr) 켐프텐농업직업학교 명예교감이 발표했다. 독일은 농민이 되기 위해 ‘농업직업학교’ 3년을 다니고 최종 졸업시험을 통과해야 국가와 사회가 인정하는 ‘농민’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학교 3학년 격인 9학년을 마치는 학생들이 입학하며 최근 여학생들의 입학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칼 립헤어 명예교감은 “농민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와 농업현장에서 각각 배워야 하는데, 1학년은 학교 4일+농장실습 1일, 2·3학년은 학교 1일+농장실습 4일로 실습 비중을 높여간다”고 설명했고, 실습생을 받는 농장의 자격도 엄격하다고 말했다. 실습농장주는 반드시 마이스터 자격증이 있어야 하며, 농장과 실습생 간에는 계약서를 작성할 뿐 아니라 학생들은 정당한 실습비용을 받는다. 실습농장은 반드시 ‘보험’을 가입해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는데, 칼 립헤어 명예교감에 따르면 32년간 근무하는 동안 3건의 사고를 경험할 정도로 사고는 거의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각 농장 보험사가 사전에 모든 것을 체크하면서 안내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정착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일 역시 농지 값이 너무 비싸 땅을 새로 구입해 농사를 짓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토마스 프뤼거 대산농촌재단 제공
토마스 프뤼거 독일 빌트폴츠리트 시의원. 대산농촌재단 제공

세 번째 주제는 에너지자립을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로, 토마스 프뤼거(Tomas Pfluger) 빌트폴츠리트 시의원이 발표했다. 빌트폴츠리트시(市)는 재생에너지로 전기생산 828%를 달성하고 지역 난방의 60%를 자급한다. 토마스 프뤼거 시의원은 “자연이 주는 모든 환경들, 바람·태양·바이오가스 등을 이용해 2020년 100% 재생가능에너지를 만들었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정치인, 시장, 공무원도 아닌 주민들의 참여다”라고 강조했다.

지역 내 자원을 활용한 재생에너지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 환경을 보호하는 기능도 매우 크지만 경제적 이득도 톡톡하다. 관련 사업에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로 지출했던 돈이 지역 내 순환경제를 가능하게 하고 내부투자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마을마다 가능한 모든 곳에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했는데, 제일 우선 설치하는 곳이 관공서 지붕, 광장 등이다. 토마스 프뤼거 시의원은 “빌트폴츠리트 마을에는 주민 400명이 투자한 풍력발전 회사가 있다”고 소개했고, 전기차 전환·공유자동차·자동차 함께 타기 등으로 에너지절약을 실천하는 사례도 설명했다.

이날 국제심포지엄 좌장은 김창길 서울대 특임교수(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가 맡아 주제별 토론자들과 종합토론까지 진행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EU의 공동농업정책과 회원국 농업정책의 강조점이 환경과 기존 농산물 유통경로와는 다른 짧은 공급사슬 모색, 농업생산 외의 다기능농업 촉진 등을 지향하는 정책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면서 “한국에서도 그와 비슷한 문제 인식은 있으나 농업정책이 대응하는 방식은 독일 바이에른과 여러 가지 부분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김정섭 선임연구위원은 심각한 농지전용과 후계농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결정적 문제라면서 “땅도 줄고 사람도 줄어드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다기능 농업이 문제가 아니라 농업 그 자체를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고 우리농업의 위기상황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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