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양곡관리법 개정안 반대” 똘똘 뭉친 농식품부 - 국민의힘

2022 국정감사 - 농림축산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

  • 입력 2022.10.23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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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피감기관에 대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장관의 반대 입장을 지적하자 정황근 장관이 이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한 피감기관에 대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장관의 반대 입장을 지적하자 정황근 장관이 이에 답변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다른 건 몰라도 의무화 내용만큼은 뺐으면 한다.”

지난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소병훈, 농해수위) 회의실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 및 소관기관 종합감사에서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이 수차례 반복한 말이다. 쌀값 폭락문제 해결 및 쌀 생산량 조절 등의 내용을 담은 더불어민주당의「양곡관리법」개정안 중 ‘쌀 시장격리 의무화’ 규정 내용을 반대한다는 뜻이었다.

2020~2021년엔 김현수 전 농식품부 장관과 사실상 ‘반(反)시장도매인제 동맹’을 결성하다시피 했던 국민의힘 농해수위 의원들은, 올해는 정 장관과 ‘반(反)양곡관리법 동맹’으로 똘똘 뭉치는 듯했다. 양곡관리법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난데없이 ‘색깔론’ 공격도 난무하는 등, 올해 농식품부 종합감사는 양곡관리법 개정과 관련해 사실상 ‘전면전’이 벌어진 형세였다.

양곡관리법이 ‘공산화법’? 끝도 없는 여당의 ‘색깔공격’

국회 농해수위 종합감사에서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날 상임위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공산화법’이라고 운운한 것을 두고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국회 농해수위 종합감사에서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날 상임위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국민의힘이 ‘공산화법’이라고 운운한 것을 두고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의 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체포되고 검찰의 민주당사 압수수색 시도가 이뤄지는 등, 20일 종합감사를 앞두고 여야 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당사 압수수색 실시 시 국감 보이콧’을 전제로 걸고 농식품부 종합감사에 참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책상에 ‘야당탄압 규탄한다’라 적힌 피켓을 걸며 검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항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측에 “피켓을 제거해 달라”고 촉구했다. 정책국감을 진행해야 하는데 왜 ‘정치적 구호’를 내거냐는 명목이었다. 윤재갑 민주당 의원은 “국감이 한창 진행되는 중에 정당 압수수색을 진행한 건 처음이다. (피켓을 내건 것은) 그에 대한 야당의 당연한 항의”라고 주장했다. 소병훈 위원장이 정회를 선언하고 여야 양 간사의 합의 뒤 민주당은 피켓을 내렸다.

국감 초반부터 여야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앞서 19일 민주당은 농해수위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처리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특히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개정안에 대해 ‘양곡공산화법’이라며 색깔공세를 가한 바 있는데, 이에 대한 민주당의 항의가 국감 초반부터 이어졌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윤재갑 의원은 “어제 (안병길 의원의 발언에 대해) 큰 모욕감을 느꼈다. 개정안이 ‘공산화법’이라면 나도 공산주의자인가?”라고 한 뒤 “‘농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발의한 법안을 이재명 대표를 비호하기 위해 만든 법안이라는 식으로도 말하는데, 그러면 검찰의 야당 당사 압수수색 행위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덮기 위한 행위인가? 동료 의원이 발의한 법에 대해 ‘공산화법’이라고 한 것에 대해 안 의원은 사과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안 의원 등 국민의힘 측 의원들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공산화법’이라 지칭한 데 대한 철회 및 사과 입장은 내지 않았다. 이 와중에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중국공산당 창건기념 당 대회에 러시아와 북한, 일본 사회당 등이 축전을 보냈는데, 한국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도 축전을 보냈더라. 공산당 창건일에 민주당 대표가 축전 보낸 것은 뭐라고 설명할 건가?”라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윤재갑 의원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축전을 보냈다. 주 원내대표도 빨갱이인가?”라고 답해 홍문표 의원의 색깔론 공격은 헛발질로 마무리됐다.

‘방탄의원단’ 자처한 국민의힘

한편 정황근 장관은 종합감사 내내 “쌀 시장격리 의무화는 안 된다”는 말을 반복하며 개정안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러한 정 장관에 대한 ‘방탄의원단’을 자처했다.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문재인정부 하의 기획재정부에서도 농식품부에 보낸 비공개 문건을 통해 ‘과도한 시장개입 시 양곡 공급과잉 및 정부의존도 심화가 우려된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수용 곤란하다는 입장을 알렸다”고 한 뒤 “문재인정부 기재부에서도 부정적 의견을 냈고, 농식품부에서도 이를 고려했기에 기재부 의견을 들은 것 아닌가. 당시 당-정 간에도 협의되지 않았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이렇게 밀어붙이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양곡관리법이 ‘날치기 단독처리’됐다. 주무부처 장관의 입장도 물어보지 않고 강행됐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었나”라고 정 장관에게 질문했다. 이에 정 장관이 “좀 서운했다”고 답하자 이양수 의원은 “쌀값 하락은 문재인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기인한 것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이 “잘한 측면도 있지만 지난해 말에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듯하다”고 답하자, 이양수 의원은 “양곡관리법에 의무격리 내용을 담아 법을 통과시키는 게 타당한가?”라고 세 번째 ‘유도질의’를 가했다. 이에 정 장관은 “민주당 의원들의 충정은 이해하나 그 방법은 좀 아니다. 오히려 (쌀 문제를) 더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 제 입장에선 100% 그렇게 되리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쌀 증산을 촉진하게 된다”고 장담했다.

“태국 사례, 양곡관리법 개정안 반대 근거로 갖다붙이면 안 돼”

국민의힘과 정 장관에 맞서, 민주당은 정 장관이 잘못된 근거를 내세우며 무조건적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농식품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왜곡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택 의원은 그 예시로 지난 13일 농식품부가 11개 소비자단체와 함께 가진 간담회에서 농식품부가 △시장격리 의무화 시 재정부담 가중 △그에 따른 미래농업 투자 난항 △2011년 태국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과도한 시장격리는 쌀 공급과잉 초래 등 개정안 취지와 반대되는 이야기를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원택 의원은 “2011년 태국 정부는 쌀을 ‘무조건’ 매입했고, 1년 생산량의 약 40%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쌀을 시가보다 40~50% 비싼 가격으로 매입했다. 반면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생산량이 수요예측량보다 3% 이상 과잉되거나 쌀 가격이 과거 5개년 평균보다 5% 이상 떨어졌을 때’ 초과생산량에 대해 시가로 매입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하물며 농식품부는 소비자들에게 설명한다면서 개정안의 핵심내용 중 하나인 ‘생산조정제’ 관련 내용도 누락시켰더라”라며 “아무쪼록 태국 사례와 우리의 차이점을 객관적으로, 정확히 설명하길 바란다”고 농식품부에 촉구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2017년 당시 농해수위에 몸담았던 이만희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내용을 기초 삼아 낸 것”이라고 한 뒤 “2020년 양곡관리법 개정 당시에도 농민들은 시장격리를 의무화해야 쌀값 폭락을 방지할 수 있다고 우려한 반면, 농정당국은 ‘의무화하지 않아도 정부가 잘 운영할 것’이라며 ‘정부 재량논리’를 주장한 바 있다. 개정 당시 농민들의 우려가 현실화됐기에 농민들은 분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위성곤 의원은 이어 개정안의 쌀 생산조정제 내용과 관련해 “2011~2013년, 2018~2020년처럼 생산조정제를 잘 시행했던 시기엔 쌀 과잉생산도, 가격폭락도 발생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생산조정제 시행을 위해 정부가 구체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려는 것”이라며, 농식품부는 개정안의 쌀 생산조정제 내용에 대해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요지부동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정 장관은 “생산조정제, 전략작물직불제 등이 반영된다 해도, 개정안의 시장격리 의무화 내용으로 인해 벼 재배 농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여지가 크다”며 시장격리 의무화 내용이 사실상 벼 재배 농민이 타 작물로 전환하는 것을 막을 여지가 크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양곡관리법 이야기만 나온 건 아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이라는 초대형 사안에 묻힌 감이 크지만, 이날 농식품부 종합감사에선 그 밖의 정책감사도 진행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은 한-페루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국내 녹두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며 그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서삼석 의원은 “지난해 페루에서 8,516톤의 녹두가 수입됐다. 이는 전년 대비 64배 폭증한 양”이라며 “정작 국내 녹두 생산량은 2017년 2,269톤에서 2020년 1,594톤으로 약 30% 감소했다. 녹두 가격이 조금만 인상되면 녹두 의무수입할당량(TRQ)은 일사천리로 늘어났다. FTA로 인한 관세 자유화 이전부터 녹두농가에 위기가 닥쳤음에도 농식품부는 복지부동이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으로 밀·콩 등 타 식량작물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농식품부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노력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의 입장이 일치했다. 정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도 임기 내에 식량자급률을 50% 이상으로 넘겨야 한다고 직접 지시했다. 우선 밀은 10%, 콩은 50% 정도까지 자급률을 올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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