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너랑 나랑 둘이서 무화과 그늘에 숨어 앉아”

  • 입력 2022.10.23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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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노점에서 무화과를 사가는 길에 노래를 흥얼거리다 궁금해졌습니다. 가수 김지애씨의 <몰래한 사랑> 가사 중에 “너랑 나랑 둘이서 무화과 그늘에 숨어 앉아”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왜 하필 무화과며 왜 숨어 앉는다는 표현을 썼을까요?

A. 김동원 시인의 시에 가수 이용씨가 곡을 붙이고 김지애씨가 부른 명곡이죠. 저도 유치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즐겨 부르고 있는 애창곡입니다.

무화과는 다른 나무에 비해 키가 작고 한 뿌리에 여러 줄기가 퍼져 올라가며, 잎이 넓은 데다 우거져 있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연인들이 나무 아래 바짝 붙어 앉아 사랑을 속삭이기 좋겠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농민들께 여쭤보니 생각이 다르셨습니다. 일본으로부터 우리나라에 무화과가 들어온 건 1970년대지만 지금처럼 작고 다닥다닥하게 수형을 잡아낸 건 기껏해야 20여년 전이라고 합니다. 노래가 발표된 게 1990년, 심지어 가사는 그 이전에 완성돼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이 노래에서 말하는 무화과는 지금의 무화과가 아닐 거라고요.

우리나라에 들어올 당시의 원형에 가까울, 유럽 지중해의 무화과는 확실히 국내 무화과보다는 굵고 큰 나무의 형태를 띱니다. 다만 가지가 풍성하게 우거져 있는 건 마찬가지고 잎은 오히려 더 넓으니 시적 표현을 감안하면, 그리고 다른 나무들과 비교하면 ‘숨어 앉는다’는 표현이 어색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무화과는 8월부터 10월까지가 성출하기고 올해는 11월 이전에 출하가 대부분 마무리될 것 같다고 합니다. 저장이 어려워 한 철에만 즐길 수 있는 별미이니, 늦기 전에 한 박스씩 구입해 보시는 게 어떨까요? 하나씩 냉동실에 넣어 놨다 비시즌에 무화과 생각이 나면 요거트나 우유에 넣고 갈아 먹어도 맛있다고 합니다.

권순창 기자, 자문: 전남 영암군 미암여성농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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