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 이어 아토피와 음식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누구나 꼭 피해야 할 음식도 분명 있습니다. 바로 우리 몸에 염증을 심하게 만드는 음식들입니다. 아토피는 알레르기 질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부의 만성 염증성 질환이기 때문입니다.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들은 아토피만 악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식도염·위염·과민성 대장염·비염·방광염·관절염 등 모든 만성 염증성 질환들을 악화시킵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 몸에 만성 염증이 심해지면 비만·심혈관계 질환·당뇨·암, 심지어는 우울증까지 심해질 수 있습니다. 염증을 유발하고 만성 염증을 악화시키는 음식은 어떤 것일까요?
첫째, 기름에 튀긴 음식입니다.
기름에 튀길 때는 보통 식물성 기름, 즉 식물성분에서 짜낸 기름, 예를 들면 포도씨유·해바라기씨유·식용유·팜유 등을 사용합니다. 이러한 식물성 기름에 열을 가하면 식물성 기름은 변형, 산패를 일으킵니다. 변형, 산패된 식물성 기름은 라디칼(radical)이 포함된 불안정한 물질을 만들어 냅니다. 특히 여러 번 거듭해서 사용한 기름일수록 라디칼은 더욱 많이 생겨납니다. 이 라디칼은 우리 몸의 조직과 혈관을 순환하면서 염증을 만든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 설탕이나 액상과당, 포도당 등 당(糖) 성분이 너무 많이 들어간 음식입니다. 이런 당 성분은 음료수·아이스크림·과자·사탕·빵 등에 많이 들어 있습니다. 설탕이나 액상과당, 포도당 등의 당 성분은 소화시킬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가 먹는 음식들, 즉 밥·고기·야채·나물, 이런 것들은 위와 장에서 물리적으로 부수고 으깨고, 화학적으로 녹이고 분해시키는 소화를 해야만 내 몸에 흡수됩니다. 그런데 설탕·액상과당·포도당, 이런 류들은 이미 다 분해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바로 혈액 속으로 흡수됩니다. 그러면 혈당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습니다. 혈당, 즉 혈액 속에 당분이 많아지면 이 당분은 지방, 단백질과 결합해 최종당화산물(AGE)을 만들어 내는데, 이 최종당화산물은 우리 몸 여기저기에 염증을 일으킵니다.
셋째, MSG(L-글루탐산나트륨)·향미증진제·색소·표백제·보존제 등의 다양한 식품 첨가물들을 피해야 합니다. 식품 첨가물들은 대부분의 식품들, 밀키트 등에 들어 있습니다. 하나의 식품에 2~3가지 첨가물이 들어간 것부터 많게는 40~50가지가 들어간 식품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식품 첨가물은 우리 몸에서 해독해야 하는 독소가 될 수 있습니다. 적은 양은 큰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러나 매일 식품첨가물이 포함된 음식으로만 식사를 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 식품 첨가물인 MSG, 즉 L-글루탐산나트륨(L-글루탐산)은 자연에서 온 조미료라서 문제가 없다고 하는 전문가 의견도 있습니다. L-글루탐산은 소고기·다시마·버섯·멸치 등에 들어있는 물질로 여러 음식에 소량으로 존재하여 감칠맛을 내는 단백질입니다. 현재 식품에 첨가하는 L-글루탐산은 음식에서 대량 추출이 힘들기 때문에 사탕수수를 발효하여 만듭니다.
L-글루탐산의 문제는 2가지입니다. 첫째,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하게 합니다. L-글루탐산이 포함된 음식을 먹으면 감칠맛으로 인해 맛있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뇌를 자극합니다. 그러면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을 먹게 됩니다. 더부룩하다거나 배가 적당히 불렀다는 느낌보다는 감칠맛의 느낌이 훨씬 더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평소 위와 장에 염증이 많아 더부룩해서 못 먹는 사람도 L-글루탐산이 들어가면 자신의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을 수 있습니다. 과식은 위와 장뿐만 아니라 온몸에 염증을 일으킵니다. 그러면 식품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식사는 더 하기 싫어지고, L-글루탐산이 들어간 음식만을 찾게 되어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둘째, 상태가 좋지 않은 식재료가 포함되어 있어도 알 수가 없습니다. 보통 우리의 미각과 후각은 더 신선하고 나에게 좋은 식재료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러나 L-글루탐산의 감칠맛이 미각과 후각의 기능을 마비시켜 평소라면 먹지 않을 수준의 식재료도 먹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