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급식실·골병드는 급식노동자 … ‘인골탑’ 학교급식

급식노동자 약 30% 건강상태 ‘이상소견’ 진단 … 100명 중 1명은 ‘폐암 의심’

  • 입력 2022.10.16 18:00
  • 수정 2022.10.16 18:43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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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숨 막히는 급식실, 골병드는 노동자, 학교급식 환경개선 전국학교급식노동자대회 투쟁선포' 기자회견.
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주최로 열린 ‘숨 막히는 급식실, 골병드는 노동자, 학교급식 환경개선 전국학교급식노동자대회 투쟁선포' 기자회견.

열악한 노동환경 및 인력 상황 속에서 초고강도 노동을 감수하는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이 여전히 폐암 등 각종 산업재해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이 함께하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지난 11~12일 전국 시·도 교육청 앞에서 ‘숨 막히는 급식실, 골병드는 노동자, 학교급식 환경개선 전국학교급식노동자대회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한국의 무상급식은 최고 수준이라는 세계적 찬사를 받지만, 이는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해온 학교급식 노동자들의 헌신 속에서 쌓아 올린 인골탑(人骨塔, 사람의 뼈로 쌓은 탑)과 다르지 않다”며 “특히 지난해 급식노동자에 대한 직업성 폐암이 산업재해로 승인되며, 고용노동부에서 ‘급식실 환기시설 설치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하고 급식종사자에 대해 저선량 CT를 통한 폐암 검진 실시를 권고했지만, 교육 당국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에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급식노동자 노동환경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른 각 시·도 교육청의 학교급식 노동자 대상 폐 CT 검사 결과 검사대상 노동자 5,956명 중 1,748명(검사대상 노동자의 29.35%)이 ‘이상소견’, 즉 건강상태에 이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폐암 의심’ 진단을 받은 노동자가 61명(1.02%)으로, 노동자 100명 중 1명이 폐암에 걸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정작 서울시와 대구시, 전라북도의 경우 ‘이상소견’ 진단을 받은 노동자에 대한 추가검사 비용 지원계획이 아직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노동환경 개선은 더디다. 환기시설만 봐도 그렇다. 강 의원 측에 따르면 학교 급식실 환기시설 점검 대상학교 7,026개교 중 현재까지 점검이 완료된 곳은 1,486개교(21.1%)에 그치며, 이 중 이상이 없다고 나타난 곳은 68개교(점검완료 학교의 4.57%, 점검 대상학교의 0.96%)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러한데 급식실 인력 상황도 여전히 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의 일환으로 서울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유혜진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서울지부 급식분과장은 “올해 9월 4명의 신규 급식노동자가 입사했다. 그중 한 명은 입사일 첫날 바쁘게 일하다가 그리스트랩(급식실에서 기름 및 음식물 찌꺼기가 하수도로 흘러가지 않게 막고자 설치한 시설)에 빠져 현재 산재 요양 중이며, 나머지 3명은 퇴사했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학교의 급식실 채용 인원 중 지난해 140명이, 올해 상반기 37명이 퇴사했다”며 “서울 공립초등학교는 1인당 식수인원 배치기준이 지난 5년간 145명에서 138명으로 7명 줄었고, 공립중학교는 122명에서 118명으로 4명 줄어드는 등, 서울시교육청의 인력 배치기준 개선은 거북이걸음 중”이라고 비판했다.

조순옥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장은 “매일 1,000명분의 점심을 급식노동자 6~7명이 3~4시간 안에 지어내야 한다. 학교 급식실은 비상장치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와 다름없다”며 “노동자의 폐에 암덩어리가 생기고 있는데 (서울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채식개선 레시피, 무농약 식자재 도입, 현대식 시설 확충이 무슨 의미가 있나? 다 좋지만 먼저 급식노동자의 폐를 살리는 예산과 정책을 만들어내길 촉구한다. 교육도, 밥도 사람이 먼저다”라고 호소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지난 15일 서울 용산에서 ‘전국학교급식노동자대회’를 열어 △인력 배치기준 하향 △급식실 환기시설의 대대적 개선 △대체인력제 개선 △합리적 임금체계 마련 등을 주장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교육당국, 나아가 정부가 급식실 노동환경 및 대체인력제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시 다음 달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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