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분야 기후변화대응, 수확 후에도 계속된다

  • 입력 2022.10.09 18:00
  • 수정 2022.10.09 21:29
  • 기자명 이승헌 한국농어촌공사 환경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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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헌 한국농어촌공사 환경사업부장
이승헌 한국농어촌공사 환경사업부장

농업은 사계절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업(業)이다. 인류가 코로나19를 극복하고자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고 일상과의 격리를 통하여 거의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당장 눈앞의 어려움을 극복한 후인 지금, 다시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각계에서 그 원인과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결론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이자는 것으로 귀결된다.

농업이라는 업은 원래 인류가 식량과 옷감을 얻기 위해 선택된 식물, 즉 작물과 선택된 동물, 즉 가축을 기르고 키우는 업이다. 식물은 광합성 활동을 통해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수화물을 만들고, 동물은 식물이 생산한 먹이를 먹고 살게 된다. 즉 생태계에서 1차 생산자가 식물이고 1차 소비자가 동물이라는 것은 생태학의 기초이다. 농업은 생태계 순환의 고리 속에 인간이 생존하기 위하여 그 순환고리 안에 동승한 것이다.

인류가 점점 기술과 지식을 축적하면서 농업도 같이 큰 발전을 가져왔다. 화학비료와 합성 농약이 개발되면서 그 생산성은 급격히 증가했고 맬서스의 이론(인구는 식량에 비해 급속히 증가한다는 이론 : 편집자)을 무력화시켰다. 생산성은 증가했으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계산한 온실가스 인벤토리(재고량)를 보면 농업도 일부분 책임이 있다. 농업분야에서 소비하는 에너지와 영농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우리 농업분야의 책무라 하겠다.

하지만 인벤토리라는 틀에서 생각이 벗어나야 한다. 농업은 인벤토리라는 틀에서 계산되지 않는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잘못하면 온실가스가 더 많이 나오지만, 잘만 하면 온실가스를 줄일 수도 있다. 토양 유기물 함량을 0.4%로 유지하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4퍼밀(‰) 이니셔티브(initiative) 행동’이나, 최근 제안되고 있는 기후변화를 극복하고 생물다양성을 증진하여 지구를 안전한 자연체로 돌릴 수 있다는 재생농업(Regenerative Agriculture)이 그러한 관점에서 연구되고 있는 개념들이다.

우리 논농업은 수확 후 그루터기를 그대로 둬서 토양 중 유기물 함량을 높여 지속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가을에 벼를 수확하고 그루터기를 토양에 갈아 넣어주면 겨울 동안 호기적인 조건이 되어, 쉽게 분해되는 유기물은 동절기 분해되어 이듬해 논에서 메탄 발생이 적어지고 분해된 작물 그루터기에 있던 양분은 다시 토양에 양분을 공급하여 질소 비료를 1단보에 1~2kg 정도 적게 줘도 정상 수확을 올릴 수가 있다고 한다.

하나의 예지만 농업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기도 하지만 온실가스를 감축시키고 격리시킬 수 있는 무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업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여 원천적인 인류의 위기를 농업으로서 극복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수확 후 그루터기를 남겨두고 논을 가는 농부가 지구 지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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