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양곡관리법 개정 막아라” … 국책연구기관까지 ‘거들어’

농경연 보고서, 쌀 자동시장격리 부작용만 확대 강조

이원택 의원 “농민 기만·겁박한 최악의 부실 보고서”

야당, 수급·가격안정·생산기반 확보 위해 법안 처리해야

  • 입력 2022.10.07 14:26
  • 수정 2022.10.12 14:1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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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 분석’ 보고서를 들고 정황근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 분석’ 보고서를 들고 정황근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쌀 자동시장격리제와 생산조정제를 담은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에 정부·여당이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국책연구기관까지 합세했다. 그러나 쌀 자동시장격리제의 부작용만을 집중 강조하면서 ‘억지’ 반대 논리를 펴 빈축을 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폭락한 쌀값 대책의 일환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달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위원장 김승남)에서 대안으로 의결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핵심은 ‘남는 쌀’과 이로 인한 가격폭락 문제를 생산조정제로 타작목 전환을 전제하면서 그럼에도 물량이 많고 가격이 떨어지면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시장격리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는 2021년산 쌀값 폭락 시 정부가 법 취지대로 시장격리제를 시행하지 않은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그런데 농림축산식품부와 여당 심지어 국책연구기관까지 양곡관리법 개정안 중 ‘자동시장격리제’만 돋보기를 대 부작용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 사흘 전인 지난 1일 토요일에 농식품부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의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 분석’ 보고서를 문자로 알리고 메일로 배포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처럼 급박한 사안이 아닌 농경연 보고서를 농식품부가 휴일에 보도자료로 알리는 건 이례적이다.

농경연 보고서 내용은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에서 규정한 대로 시장격리를 의무화할 경우, 쌀 농가 소득 안정성이 제고되는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수급 조절 기능 약화로 초과생산량 규모 및 재정 소요액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시장격리 의무화(자동시장격리제) 부작용에 집중했다. 특히 “쌀 가격안정에 따른 수급조절 기능 약화로 벼 재배면적 감소 폭이 둔화되며 초과 생산량 규모는 2022~2030년 기간 중 연평균 46만8,000톤으로 베이스라인 전망치 대비 132.6%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초과생산량 증가로 시장격리 이행에 따른 재정 소요액은 이 기간 중 연평균 1조443억원”으로 전망했고, 재정소요액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쌀 시장격리를 하면 초과 생산량과 재정소요액이 급증한다는 일종의 경고다.

농경연의 이같은 전망은 현장뿐 아니라 지난 4일 농식품부 국감에서도 ‘편향된 억지논란’으로 질타를 받았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급기야 김홍상 농경연 원장을 오는 20일 종합감사 증인으로 신청하면서 “농경연은 농업농촌 정책 수립 방향, 농가소득, 농림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국책연구기관이다. 이번에 발표한 것은 농민을 기만하고 겁박하는 최악의 부실보고서”라고 맹비난했고 “농경연 발표 분석과정에 심각한 오류와 왜곡이 있다. 정부·여당 주장을 농경연이 짜맞추기식으로 낸 부실 보고서다. 쌀 재배면적 축소에 대한 정부정책과 생산조정제 등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반영해야 하는데 외면하고 생략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도 “쌀값이 높아지면 쌀농사로 몰려 과잉생산이 우려된다고 하나 실상 그렇지 않다. 쌀값이 가장 높았던 2020년에 쌀 생산조정 등으로 재배면적은 가장 적었다. 또 2018년 쌀값은 19만원대로 2017년 15만원대 대비 상승폭이 매우 컸으나, 2019년 재배면적은 이전에 비해 되레 감소했다”고 실제 사례를 통해 농경연의 자료를 반박했다. 이어 신 의원은 “쌀값은 등락을 반복하지만 재배면적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자료를 통해 재배면적 감소 추세를 확인시켰다. 지난 2008년 93만5,000ha였던 쌀 재배면적은 2010년 89만2,074ha, 2015년 79만9,344ha였고, 2022년 9월 기준 72만2,158ha로 감소한 상태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농경연 보고서에는 정부정책의 개입이 없다는 전제로 1조400억원의 비용부담을 적었다. 장관이 추진하는 전략작물직불제, 타작물 재배사업의 효과는 싹 빼고 1조400억원 들어간다는 것으로 여론을 호도해선 안된다”고 질책했다.

농경연은 보고서에서 2021년산 쌀 시장격리에 대해 ‘수확기 이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지며 정부 매입에 대한 응찰이 저조했고, 이에 따라 매입기간도 길어지는 등의 영향으로 가격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무진 해남군농민회 조직교육위원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이유로 규정을 어겨가며 시장격리조치를 늦추다 보니 생겨난 문제다”라고 일갈했다. 또 “농경연은 2022~2030년 재배면적이 연평균 1.3%씩 감소하고 1인당 소비량은 매년 1.8% 감소해 과잉공급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는데, 재배면적 자연감소 부분은 이해하겠으나 소비량 감소분의 객관적 근거가 없다”며 맹점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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