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기업이 농민과 같이 가는 상생발전의 길

  • 입력 2022.10.09 18:00
  • 기자명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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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연구기획팀장

 

지난달 27일 제21대 국회 7차 본회의가 개최됐다. 농업·농촌 공익기능 증진 직접지불제도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포함한 총 42건의 안건이 상정, 처리됐다. 여기에는 두 건의 FTA 비준동의안도 포함돼 있었다. 2019년 8월 협상타결됐던 한-이스라엘 자유무역협정(FTA), 2021년 2월 타결됐던 한-캄보디아의 FTA 비준동의안이다. 민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품목 위주로 추가개방을 해 농업에 개방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말과 함께 별다른 논쟁 없이 통과됐다.

이미 협상이 타결돼 모든 것이 마무리된 상황이었지만 수입개방 이슈에 우리 모두가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앞섰다. 2014년 9월 선언한 쌀 관세화로 국내 농산물 시장이 완전 개방되면서 우리는 100% 수입자유화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각종 상품과 노동, 서비스는 국제간 이동이 자유로워졌고 한국도 그 흐름에 함께 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은 여러 기회에 접근성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되고 있다. 빠른 세계화의 격랑에 휘말리는 과정 속에서 양극화는 심화됐고 불평등도 커졌지만 풍요로움과 편리함이 가져다준 안락함은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 눈을 감고 귀를 막게 했다.

지난 18년간 58개국과 맺은 FTA는 한국농민과 농업에 무엇을 남겼을까? 도농 간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농민은 지치고 고령화됐다. 대외지향적인 한국경제에서 수출경쟁력이 약한 농업은 중요도 측면에서도 비중이 낮아졌다. 이 같은 결과는 정치권의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특별한 이슈가 없었던 이유도 있지만 이스라엘 비준동의안 투표에서는 199명 의원 중에서 반대 1명, 기권 4명, 캄보디아는 195명 중에서 6명의 의원이 기권했다. 이제 농민, 농업을 위해 앞장서 자유무역협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거나 농민의 입장에서 이를 반대해줄 사람도 너무나 적다.

그렇다면 FTA로 이득을 보는 집단은 그들이 얻은 이득을 농민과 공유하고 농업부문과 상생하며 균형을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을까? 2015년 한-중 FTA 체결로 조성하기로 합의한 농어촌상생기금의 미흡한 실적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합심하여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시작만 창대했을 뿐 성과를 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미흡한 성과를 질책하지도 않고 독려도 부족했지만 관심에서도 멀어져 버렸다.

최근 국내 농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모범을 보여야 할 식품 대기업의 수입쌀 사용은 농민들에게 충격과 실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간편식, 즉석식품에 대한 선호가 늘어나면서 식품제조업체들은 다양한 종류의 식품들을 개발하고 소비촉진을 위해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각종 원재료를 활용하는 가공품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나면서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원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조달하는지도 중요하다. 국내산 원재료를 활용하는 가공식품의 비중이 늘어나야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국내에서 충분한 양이 생산되는 작물임에도 불구하고 수입산으로 채워지면서 국내 농산물의 소비는 줄어들고 있다. 원가를 절감해 수익을 최대화하려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값이 싼 수입원재료로 기업의 이득을 올리고자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식인 밥, 소비가 늘어난 즉석밥마저도 수입쌀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수입농산물에 대한 인식 변화와 국내산에 대한 차별화 전략을 변화시키는 것과 같다. 혹여나 이러한 움직임이 더욱 확산될까 우려스럽다.

계속해서 확대되는 농산물 수입개방의 시대에 농민과 농업이 겪는 어려움이 과연 농업계만의 문제일까? 지속가능성을 담보로 하지 않는다면 한국농업을 지키는 농민이 지속 가능할 리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주는 교훈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교훈을 잊지 않고 더욱 잘못된 길로 가지 않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 진짜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은 주요 원산지와 계약재배를 통해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지역농가에는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며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 기업이 농민과 상생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끊임없는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최근 분질미에 대한 새로운 정책을 제시한 것처럼 쌀가루, 밀가루의 국산화를 강력히 추진하고 빵, 과자, 음료 등 가공식품에도 국내산이 많이 이용될 수 있도록 기업을 독려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업과 농민 상생발전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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