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병해충 탓 수확량 급감, ‘삼중고’ 겪는 전북 농민들

쌀값 폭락·생산비 인상에 생산량 감소까지 파고 겹쳐

평년 대비 20~30% 밑도는 수확량에 ‘적자농사’ 우려

  • 입력 2022.10.07 12: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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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4일 전북 김제시 부량면 일원의 논에서 한 농민이 세균성 벼알마름병과 잎 도열병 등이 발생한 벼를 들어보이고 있다.
지난 4일 전북 김제시 부량면 일원의 논에서 한 농민이 세균성 벼알마름병과 잎 도열병 등이 발생한 벼를 들어보이고 있다.

 

벼 수확이 진행 중인 전북의 상황이 심상찮다. 태풍으로 인한 흑·백수 피해와 일부 병해충 피해로 수확량이 평년에 비해 크게 떨어져서다. 관련해 농민들은 지자체와 관계기관 등에 지난달 중순경 병해충 피해 조사를 요구했으나, 피해 규모 및 원인에 대한 확인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일 전라북도 김제시 일원에서 만난 조경희 김제시농민회장은 “지난해와 비교해 그 규모가 더 크진 않지만 분명히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며 “수확이 진행된 일부 지역에선 태풍으로 인한 흑·백수 피해와 세균성 벼알마름병, 잎 도열병 등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평년 대비 20~30%가량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어 조 회장은 “당시 큰비를 동반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힌남노 등의 태풍으로 강한 바람이 계속됐다. 이로 인해 백수·흑수 현상이 발생했고,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바닷가 주변의 피해가 큰 것으로 안다”며 “아울러 병해충은 출수기 때의 고온다습한 환경이 발생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태풍으로 더욱 확산된 추세며 지난해보다 피해가 크지 않아서인지 지자체에서는 태풍으로 인한 흑·백수 피해만 조사했는데, 병해충으로 인한 수확량 감소 피해가 생각보다 큰 까닭에 쌀값 하락과 생산비 인상 등과 겹쳐 농민들을 더욱 힘들게 할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김제시 부량면 일원에서 만난 현장 농민들은 “1,200평 한 필지를 기준으로 할 때 평소 많게는 벼 수확량이 4톤가량이었는데, 지금은 2.5톤 정도밖에 안 나온다. 수확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주변에 많다”라며 “정부가 시장격리 물량을 발표했음에도 시장에선 쌀값이 오르는 기미가 전혀 보이질 않고 있다. 생산비까지 크게 오른 만큼 수확량이 평년 수준이어도 적자가 불가피한 실정인데, 이 와중에 수확량이 50% 줄어들 경우 농민이 체감하는 피해의 크기는 80% 그 이상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실제 현장 농민들의 계산에 따르면 1,200평 논 한 필지 소득이 평균 500만원이라면 올해 쌀값이 지난해와 같다는 가정하에 수확량 50% 감소 시의 소득은 250만원으로 줄게 된다. 반면 임차료와 농약·비료값, 인건비 및 유류비 등을 모두 합산한 생산비는 지난해 400만원 수준에서 올해 약 46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평년 수준의 수확량을 유지해도 논 한 필지당 수익이 40만원에 불과한데 수확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경우를 가정한다면 농민들은 한 필지당 21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쌀값 폭락 추세까지 반영할 경우 농민이 감당해야 할 적자 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농민들이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과 함께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수매 우선지급금 확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다.

한편 지자체에서는 병해충 피해를 제외한 벼 흑·백수 피해만을 집계한 것으로 파악된다. 전북 김제의 피해 면적은 1,726ha에 이르며, 인근 다른 시·군의 피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태풍에 의한 흑·백수 피해는 재해대책법상 복구비 지원 대상에 해당되기 때문에 ha당 약 74만원의 농약대가 피해농가에 지급될 예정이지만, 세균성 벼알마름병이나 도열병, 깨씨무늬병 등 현재 확인되고 있는 병해충 피해는 지난해처럼 재해로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농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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