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시(弔詩)] 너의 제단은 불멸하리니

-故 심증식 영전에 부쳐

  • 입력 2022.09.25 18:00
  • 수정 2022.10.02 18:59
  • 기자명 한도숙 전 <한국농정>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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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심증식 편집국장(상무이사 겸직)이 지난 20일 별세했습니다(향년 59세). 그동안 농민운동가로서, 언론인으로서 농업·농촌의 발전에 기여해온 혁혁한 공로와, 전조가 없었던 갑작스런 부음에 농업계 곳곳에서 비통한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습니다. 본지 역시 애도의 뜻을 담아, 지난 21일 열린 추모제에서 본지 한도숙 전 사장이 헌정한 조시(弔詩)를 지면에 옮깁니다.

떨리는 가슴으로 너를 기억해 본다

한 쪽 팔을 잘린 듯한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며

너의 꿈을 꾸었다

너는 언제나 나의 배후였다

 

사장과 상무

그러나 농민운동으로 만난 우린 동지

현장에선 투철한 운동가로

농사지으며

뜨거웠던 시대를 굳건히 지키고

어려운 결정

농정신문을 책임진 운동가로 경영자로

끝없는 헌신으로

조직을 넓히고 사수한 동지!

 

그런 네가 갑자기 세상을 등졌다는 소식은

청천벽력 같은

말도 안 되는 일, 믿어지지 않아

너의 영전 앞에 무릎 꿇을 용기가 나지 않아

한참을 현실부정 속에 우두커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바람의 끝 어쩌면 우주의 끝

세상 끝에 올라…

푸르고 푸른 하늘 끝자락

언젠간 끝내 인생에서 모든 것 놓고

저 푸른 날의 끝을 잡으려고 했었던 너의

꿈을 알지

그 꿈을 누구에게 미루고 이렇게

황망하게 떠나시는가

운동과 경영이 쉽지 않거늘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언제나 대안은 자네의 몫이었지

성질 급하게 박아버리려 하는 내게

사장님 닮지 말아야 한다는 말

그 말 같이 세상은 신중함으로 자네 앞에 존재했지

덕분에 농민들은 횃불 같은 선전선동의

무기를 들었고

예리한 붓대 앞에 세상은 자신을 점검했지

 

월급도 가져가지 못하는 어려운 경영속에

동지들을 믿었기에

농정신문은 심증식이고

심증식은 농정신문이 되어 버렸지

그랬던 동지가

저 푸른 날의 끝을 놓고 어디로 떠나가는가

부는 바람에 손 내밀고 하늘의 끝을 잡아보시게

모든 것이 소진돼버린 영령 앞에

목 낮게 불러보네… 심국장 정말 가는가

 

학교를 졸업하고 괴산으로 내려가

갈라진 이 땅의 모순을 깨기 위해

너의 길 함께 가자 맹서했던 동지들

오늘 밤 너의 영전에 오열하네

너무 오래 고통하는 조국산하에

영광스러워야 할 우리의 투쟁 속에

동지들과 함께 묻어둔 약속으로

너의 제단은 불멸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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