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약흔’ 배상 합의에 성환 배 농민들 근심 가득

지난 7월 지자체가 공급한 ㈜대유 ‘보르도맥스’ 사용 후 80여 농가서 피해 발생

대책위, 피해농민·천안시·업체 등이 참여하는 공동조사 요구했지만 업체서 거절

업체가 개별농가 단위로 합의 중이지만 … 농가선 증거 배 수확 못해 피해 가중

  • 입력 2022.09.25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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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0일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일원의 과원에서 농민이 약흔이 나타난 배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 20일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일원의 과원에서 농민이 약흔이 나타난 배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 7월 23일 피해가 발생한 이후 두 달이 다 돼 가도록 천안시와 농협 등 관계기관 어느 한 곳에서도 조사 한 번 나와 보질 않았다. 대책위원회에서는 ㈜대유와 피해농가, 천안시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 구성·운영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에서 개별적으로 합의에 임하겠다며 전혀 협조를 않는 상황이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에서 심의로 선정한 업체 측 약제를 사용해 농민들이 피해를 봤는데, 농민들을 방치하고 있다.”

지난 20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일원의 배 밭에서 만난 유영오 피해대책위원장은 답답함을 호소했다. 유 위원장은 “어제는 80세 고령농민이 상인과 거래를 하던 와중에 피해를 뒤늦게 확인했다. 개당 1,000원은 받아야 할 배가 300원에 거래될 처지인데, 심한 경우 피해율이 80%를 넘어서는 만큼 농가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유 위원장은 “특히 고령농민과 여성농민, 임차농민들의 피해가 상상 이상으로 크고 심각하다. 그런데 ㈜대유에선 피해율을 5~7% 수준으로 잡아 개별농가와 합의를 보고 있다”며 “올해 생산비가 유난히 많이 들어간 만큼 빚더미에 놓일까 농민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행여 안 좋은 소식이 들릴까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피해율을 80% 정도로 추산한 농민 박동구(70)씨는 “약흔이 발생한 배가 피해 증거기 때문에 지금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 저온창고가 있으면 수확해서 보관이라도 할 텐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수확도 못하고 그냥 배만 바라보고 있다”며 “배를 사가기로 했던 사람도 이 상태면 거래를 못한다며 돌아갔다. 들리는 얘기로는 피해율을 7%로 잡아 배상을 해준다던데, 시간이 갈수록 농가 상황은 악화되는 만큼 업체가 책임 있는 태도로 협조해주길 바랄 뿐이다”라고 밝혔다.

조일암 피해대책위 사무국장은 “농업기술센터에서 주관한 ‘긴급 방제약제 선정 심의’에 5개 회사 제품이 출품됐고, 그중 화상병에 등록돼 있으며 생육기 사용이 가능한 ㈜대유 보르도맥스가 선정된 걸로 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해당 제품을 수확 이후 사용했기 때문에 농민들도 생육기 사용에 불안한 마음이 있었으나 농기센터에서 심의를 거쳐 선정한 약품이기에 믿고 사용한 거다”라며 “추석 대목을 보고 일찍이 배를 가꾼 농가들은 현재 상품성 없는 배 수확을 마치고 팔지 못한 피해 배를 보관 중이며 이후에 달린 배를 수확하고 또 보관·판매하는 등의 과정에서 2·3차 피해를 입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2·3차 피해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현재 수준에서 발생한 피해 배상을 요구 중인 만큼 일괄 협상 타결의 여지가 있으니 업체 측이 합동조사에 응해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대유에선 자체적인 피해 확인·조사를 거쳐 배상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대유에 따르면 피해율은 편차가 있지만 8~10% 정도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약 80여 농가 중 현재 기준 37농가가 합의에 응한 상태다. ㈜대유 관계자는 “해당 약제는 주의사항에 수확 이후 및 개화기 이전에 사용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수확기에 사용 가능한 약제가 아니다”라며 “관계기관 등에서 합동조사와 관련된 정식 요청을 받은 바 없다. 회사에선 자체적인 조사를 거쳐 농민들에게 배상을 진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피해대책위 요청에 따라 천안시에서는 손해사정사를 고용해 피해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피해대책위는 업체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합동조사, 빠른 배상을 지속적으로 촉구 중이며, 필요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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