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53] 봉지 시험

  • 입력 2022.09.16 11: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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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환경과 생태를 살리면서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유기농 사과 농사에 도전한 지 7년이 지나고 있다. 초창기 4년의 알프스오토매 사과 농사는 결국 실패했고, 5년 차에 다시 재식한 시나노골드, 후지, 스타킹 등의 사과가 금년 3년 차가 됐다.

그러나 아직도 처음 시작할 때처럼 어렵고 헤매기는 마찬가지다. 묘목을 심어 놓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초기보다는 많이 듣고 배우고 익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어느 정도는 알게 됐으나 갈 길은 멀다.

모든 농사가 그렇듯 사과 농사도 매우 정교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조금씩 깨닫고 있다. 묘목만 하더라도 대목이 M9인지 M26인지, 자근묘인지 이중접목묘인지 등에 따라 생육환경이 다르다.

사과 품종도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이 있고, 단과지가 많은 품종도 있고, 장과지가 많은 품종도 있다. 품종 간에 수분수가 될 수 있는 품종이 있고 그렇지 않은 품종도 있다.

전지·전정 방법과 수형잡기, 석회보르도액, 자닮유황·오일과 같은 살균제와 고삼·은행 추출물 같은 살충제의 살포시기 및 희석배율, 생선발효액, 퇴비, 고토 등의 영양공급 방법, 미생물과 바닷물 등의 활용방법, 무엇보다 초생재배를 통한 지력 증진 방법 등 유기농 사과 재배 기술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뿐만 아니라 지구·환경변화에 따른 이상기후와 그로 인한 냉해, 습해, 병충해 등은 농민들이 어찌할 수 없는 외생변수로서 그 위험이 점점 커지는 시대임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야말로 사과 농사, 특히 유기농 사과 농사는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은 긴장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올해 봄, 3년 차인 사과나무에 열매를 서너개씩 달았는데 멘토인 한 회장이 봉지를 씌우지 않으면 유기농 사과 생산이 너무나 어렵다면서 사과 전용 이중 봉지 한 박스를 보내 왔다. 그래서 5월 말경 열매가 포도알만 할 때 봉지를 씌웠고, 비교 시험을 하기 위해 일부는 씌우지 않은 채로 뒀다.

수확기인 8월, 9월을 지나면서 그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판단됐다. 7월과 8월 말이 수확시기였던 극조생종 고이조라와 조생종 스타킹 사과가 그런대로 괜찮았기 때문이다. 9월 현재 중만생종인 시나노 골드는 이중 봉지 두 겹을 모두 벗겨 놓았고, 후지는 겉봉지만 벗겨 놓았는데 비교적 성공적인 것 같다.

비교하기 위해 봉지를 씌우지 않은 열매 중 다수는 벌레들이 찔러 놓은 작은 점들이 많이 있고 탄저병 증상도 나타났다. 그러나 봉지를 씌워 둔 열매의 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앞으로 수확기까지 2~4주만 잘 버텨 준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유기농 사과를 수확할 수 있을 것 같다.

봉지 씌우기를 1년 해보고 단정 지을 수는 없으나, 내년 4년 차에는 조금이라도 판매할 수 있는 유기농 사과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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