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전 ‘보험 가입 받지 말라’ 공문 내린 농협손보

계약 시 발령 중인 특보 관련 피해 보장 않음에도 판매 중단

농금원과 협의 거칠 뿐 인수제한 기간에 대한 지침·규정 없어

  • 입력 2022.09.16 11: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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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경로가 확정되기도 전인 지난 1일, NH농협손해보험(대표이사 최문섭, NH손보)이 수입보장보험을 포함한 농작물재해보험 판매 중단을 지시했다. 거대재해인 태풍이 예보될 때마다 이뤄진 조치지만, 농민들은 어차피 보험 계약을 체결할 당시 발효된 특보 관련 재해로 인한 피해를 약관상 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만큼 특보 발령 이전부터 보험 판매 자체를 막아두는 건 NH손보의 일방적이고 작위적인 행태라며 비판하고 있다.

지난 1일 지역농협을 찾아 농작물재해보험을 가입하려던 A씨는 곧 보험 판매가 중단될 거란 얘기를 직원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직원은 A씨가 보험에 가입하고 전산망이 닫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A씨는 “창구 직원이 공문 내용을 정확히 알려주진 않았지만,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어 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험료 일부를 지원해주는 만큼 농작물재해보험은 정책보험의 성격이 강한데, 재해로 피해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보험 가입 자체를 막아 버리는 보험사의 행태가 너무 황당했다”라며 “요새 워낙 이상기후가 잦다 보니 농민들도 해외 사이트를 참조할 만큼 기상 관련 예보를 자주 살핀다. 하지만 9월 1일에는 태풍이 한국을 향할 거란 예보가 확정적이지 않았다.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 들지 확실치도 않은 시점에 보험 가입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내린 것은 보험사가 피해를 줄이려고 하는 꼼수밖에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농민 역시 “태풍이 와서 보험을 드는 게 아니고, 작기에 맞춰 작물을 심고 마침 시간이 날 때 농작물재해보험에 가입한 건데 마치 태풍이 오기 직전 보험금을 받으려고 보험을 가입한 사람이 돼 버렸다. 농민들은 재해로 인한 피해를 조금이나마 보장받기 위해 보험에 가입하는데, 보험사는 농민들을 보험금 타려 혈안이 된 사람인 양 여기는 것 같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지난 1일 배포된 NH손보의 농작물재해보험 인수제한 공문에 따르면, 실제 판매 중단은 2일 오후 6시부터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NH손보 관계자는 “아마 지역농협 창구 직원이 A씨 듣기 좋으라고 그 얘길 한 것 같다. 전산망이 닫힌 건 정확히 2일 오후 6시부터였다”라며 “NH손보에서는 태풍이 비상구역(북위 28° 북쪽·동경 132° 서쪽)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날의 직전 영업일 18시 기준으로 상품 판매를 중단한다. 이번 태풍 힌남노의 경우 북상 속도가 빨랐던 데다 주말 등이 겹쳐 부득이하게 2일 오후 6시 이후부터 보험 판매를 중단했고, 9월 5일부터 판매할 예정이었던 조기 파종 마늘과 월동 배추 품목의 인수도 제한한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1일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는 힌남노 정체기가 가진 불확실성으로 예보 신뢰도가 낮다고 밝혔으며 행정안전부는 3일 오전 중앙재난안전관리대책본부를 가동하고 태풍·호우 위기경보 수준을 ‘주의’로 상향했다. 당시 행정안전부는 힌남노가 6일 새벽 제주도를 지나 경남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기상청 정보에 따르면 농작물재해보험 판매가 중단된 지난 2일 오후 9시 무렵 태풍 힌남노 중심위치는 북위 22.2° 북쪽과 동경 124.8° 서쪽으로 비상구역 밖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에 NH손보 관계자는 “농작물재해보험의 특성상 재해의 영향 정도와 피해 수준을 시간별로 정확히 따지기 어렵다. 거대재해인 태풍 영향권에 있을 때 보험 가입을 받고 난 뒤 피해가 발생하면 이후 시시비비를 가려 보험금을 산정하기 쉽지 않다 보니 인수를 제한하고 있다”며 “상품 판매 중단 시기와 관련된 지침은 따로 없지만 농업재해보험 사업관리기관인 농업정책보험금융원과 협의를 거쳐 그 기간을 확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농민들은 농작물재해보험료의 일부분을 정부와 지자체가 농민과 함께 부담하고 보험 운영비 일부까지 지원하는 만큼, NH손보는 적자를 줄이려는 꼼수보다 보험이 명실상부한 재해 대책으로서 그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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