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함 돋보인 ‘한돈산업 생존전략 모색’ 토론장

대한한돈협회, ‘한돈산업 생존전략 모색’ 국회 정책토론회 개최
손세희 회장 “농가 자구노력만으론 한계 분명, 구체적 지원 필요”

  • 입력 2022.09.08 17:34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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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대한한돈협회·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7일 주관한 ‘위기의 한돈산업 생존전략 모색’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장기간 펼쳐진 사료값 상승의 여파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에 따른 부담, 그리고 최근엔 정부의 무관세 수입조치까지 겹치면서 돼지고기를 생산하는 농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게 경영위기를 토로하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 농가들의 주도로 정부와 생산자, 그리고 관련 연구자가 한자리에 모여 생존전략을 모색하는 토론의 장이 열렸다.

대한한돈협회·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손세희 회장·관리위원장)는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위기의 한돈산업 생존전략 모색’이라는 이름으로 국회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홍문표 의원은 “제 나름대로 생각한 축산의 정의는 ‘우리 국민 건강과 농촌경제 활성화에 반드시 필요한 것’인데 이런 축산이 대한민국의 정책 아젠다에서는 그 비중이 꼴찌 수준”이라며 “국회도 정부도 못 하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를 모시고 청원을 통해 해결법을 찾자는 것이 오늘 토론회의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손세희 대한한돈협회 회장은 “우리 한돈 산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가족 여러분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생산액이 8조원에 육박해 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육류 소비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대표 식량으로 자리 잡았으나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보다 많은 위기에 직면해있다”라며 “축산농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정부와 국회가 함께 지혜를 모아주시고 구체적인 지원과 관심이 있기를 바란다”라고 인사했다.

 

농식품부 "수급예측·생산지원 강화, 합리적 방역 지속 추진"

토론회는 축산정책당국과 농가 측 대표자 각각의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정재환 농림축산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한돈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방향’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수급변동성 대응 강화와 생산성 향상 지원, 합리적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추진 등을 강조했다. 

정 과장은 “수급과 관련해선 사실 중장기 예측모형이 미흡한데 앞으로는 시장에 더 민감한 금융전문가들을 통해 양돈산업 전망을 하려고 한다”라며 “농수산물가격안정에관한법률(농안법)을 대신할 축산물유통법 제정도 추진해 축산물에 특화된 유통법으로 관리하겠다”라고도 밝혔다. 

또 생산 부문과 관련해선 “모돈 두당 연간 출하두수(MSY) 향상을 위해 스마트·ICT 축산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며, 기술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빅데이터를 수집해 농가에서 활용가능하게끔 할 예정”이라며 “또 가장 큰 화두인 사료비에 대해서는 사료구매자금 지원 외의 추가적 안정화 대책을 검토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방역에 대해서는 농가 차단방역을 위한 8대 방역시설 설치 추진과 더불어 “ASF 발생 시 관리지역(500m 내)이라 하더라도 살처분 범위 설정에 있어 여러 가지(발생 상황, 역학 특성, 농장 유입 위험도) 요소를 고려해 과도하게 살처분이 되는 일이 없도록 관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생산자 "과반수 농가가 손실 감수 중 추정, 최저가격 보장해야"

농가를 대표해 나온 조영욱 대한한돈협회 부회장은 현재 한돈 산업이 ‘5중고에 빠져있다’라고 진단하며 농가 경영실태를 상세히 보고했다. 조 부회장은 “모돈 200두 사육기준으로 올 하반기 평균 돈가가 5,000원인 경우에도 생산성 최상위(MSY 23.0) 10% 농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라며 “지난 7개월 간 중위수준(MSY 17.1)농가조차 수익보다 손실이 컸으며 하위 30% 농가는 총 5,120만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부회장은 생산비 절감을 위한 사료업체 관리·감독 강화, 백신비·인건비·분뇨처리비 지원 등과 함께 “가격을 위해 인위적 조치(할당관세)를 한 만큼 돈가가 생산비 이하로 내려갔을 때 취할 조치도 필요하다”라고 정부에 제안했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는 축산법상 돼지최저가격보장제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그 근거로는 현재 21대 국회에 제출된 ‘최저가격보장제’ 도입 관련 개정법률안과 69개 지자체가 자체 시행하고 있는 최저가격·가격안정 지원 조례를 들었다. 

 

주제발표 뒤 이어진 토론에서는 각계 전문가의 다양한 제언이 쏟아졌다.

김지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팀장은 곡물 수입단가가 올해 3분기 최고조에 달한 뒤 4분기 이후 일단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환율이 높게 유지되고 있고, 우크라이나의 경우 종전이 되더라도 농업기반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 시일이 걸릴 것이다. 또 2008년 에그플레이션 사례에서도 사태 이후 이전보다는 가격이 상향평준화 됐다”라며 낙관하지는 않았다. 한편 일각에서 제기되는 ‘사료안정기금’에 대해서는 “사료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축산업이 성장했기 때문으로 일본도 사료업체와 농가가 공동 출자해 시작했다”라고 강조하며 “우리나라는 대만, 일본과 비교하면 곡물을 저렴하게 구ㅂ입하는 편으로 이 또한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승헌 전 건국대 교수는 과연 농가와 정부가 지금의 상황을 위기로 느끼고 있는지 질문하며 양측 모두에게 작심한 듯 쓴소리를 했다. 정 교수는 “한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축산농가 전부, 지금껏 한 번도 제대로 위기의식을 갖고 접근한 적이 없으며 어려울 때만 잠시 시끄러운 이런 후진적 행동양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며 “국민으로부터 품격있는 축산인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주장하는 위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가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다음번에 이런 토론회를 또 해야 할 것”이라고 질책했다.

정 교수는 50년 동안 육류소비에 있어 돼지고기의 비중이 5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음을 강조하며 농가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한편, “국가 역시 (이렇게 중요한 식량에 대해) 식량안보를 입으로만 해선 안 되며 실질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이행계획을 내놓고 국민에게 제출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광욱 도드람양돈농협 조합장은 양돈농협의 자체적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영위기가 심각하다며 농가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박 조합장은 “작년 연간 평균 돈가 4,722원은 굉장히 좋은 가격이었는데 올해는 그보다 10% 높은 5,227원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사료값 때문에 농가 마진이 없는 상황이다. MSY 18두 기준으로 800원대 사료를 쓴다고 가정하면 돈가가 5,800원은 나와야 겨우 본전”라며 “농가도 노력해야겠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MSY 24~25두 정도의 농장이라면 아직 경쟁력이 있겠지만 생산성이 그렇게 하루아침에 오를 수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김경태 농협경제지주 축산지원부장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농가의 자구적 노력과 민간 합동의 노력을 통한 ASF 근절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추가적 생산비 절감 대책 마련 요구에 힘을 보탰다. 김 부장은 “정부가 지난 7월 세운 사료구매지원자금이 많은 도움이 됐지만 사료값 대응에는 아직 부족한 만큼 자금 규모 확대, 보증한도 상향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양돈장의 시설 수준과 방역시스템은 생산성과 거의 정비례하고 있다. 축산시설 현대화사업 지원 확대를 통해 돈사 단위가 아닌 농장단위 리모델링을 지원해야 한다”고 거듭 제안했다.

현대화 사업과 관련해선 강권 한국양돈연구회장도 “이 예산이 1년에 수천억원씩 불용되는데, 사실 사람 사는 집도 아닌 돈사를 패시브 하우스(밀폐식) 수준으로 짓는다 하면 욕을 먹고 있다”라며 축산업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이 사업의 정상 추진을 막고 있는 상황을 언급했다. 강 회장은 “MSY 향상, 질병 방역, 소비자가 요구하는 환경·동물복지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돈사 시설 개선이 필수적인데 이는 정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라며 “큰돈이지만 한돈 산업은 식량 주권 지킴이로서 당당히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지금의 예산도 요구 수준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에 제곱미터당 150만원, 10년 거치 30년 분할 상환으로 지원해야 앞으로 2세들이 흔들림 없이 국민 식량을 생산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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