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CPTPP 가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 주제발표 ②, 청중토론

  • 입력 2022.09.07 05:05
  • 기자명 권순창·강선일·한우준·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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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강선일·한우준·김태형 기자]

농업은 농업대로 망가뜨리건만 국민경제에 딱히 보탬이 되나 하면 그것도 미지수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CPTPP 가입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 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위원 발표회’에 참가한 전문가 및 청중들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이러한 CPTPP를 직접 피해당사자인 농민, 그리고 먹거리 안전문제에 시달릴 시민들과의 소통 없이 추진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토론회는 CPTPP 가입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 이개호·서삼석·신정훈·윤재갑·이용선·이원택·이동주·강은미·윤미향 국회의원 공동주최, 본지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는 ‘CPTPP 국민검증단’으로서 CPTPP가 농업 등 경제 분야에 미칠 영향을 연구·조사한 전문가들의 중간 보고대회 성격을 띠기도 했다.

토론회 다음날이었던 6일 태풍 ‘힌남노’의 한반도 내습이 예정돼 있어 많은 농민의 현장 참석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태풍의 직접영향권이었던 경남권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온 약 100여명의 농민·시민들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농민들이 태풍을 뚫고 달려와서 듣고자 했던 CPTPP의 문제점들은 무엇이었을까?

■정리 권순창·강선일·한우준·김태형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위원 발표회. 한승호 기자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위원 발표회. 한승호 기자

 

발제 CPTPP ‘입장료’와 ‘독소조항’, 한국농업 위기 가중시킨다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정책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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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CPTPP 가입을 위해 회원국들과 협상을 추진한다면 △회원국과 양자협상 시 지불해야 할 입장료 문제 △높은 시장개방률(CPTPP 회원국 농식품시장 개방율 평균 96.3%) △CPTPP 협정문의 독소조항 등 3가지 불리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첫째, 양자협상 입장료의 사례들을 보자. 우선 쌀 저율관세할당량(TRQ)이 증가하리라는 점이 우려된다. 일례로 일본은 CPTPP 협상 시 호주에 쌀 TRQ를 제공하기로 했다. 2019년 6,000톤에서 시작해 2030년 8,400톤으로 점점 호주산 쌀 수입이 늘어날 예정이다. 일본 정부의 잔류농약 검사 프로그램으로 호주산 쌀 수출에 어려움이 있으니, 호주 쌀이 잔류농약 검사를 ‘사전통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호주 곡물회사의 요구도 있었다.

동식물 검역(SPS)의 붕괴 우려도 큰데, 특히 CPTPP 제7장 SPS장(章)의 수입국 의무강화 조항이 문제다. 수출국이 아닌 수입국에서 수입 제한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SPS 규정강화로 수입조치가 변경 또는 철폐될 시 사과 연평균 5,980억원, 배 2,090억원 수준의 수입으로 인한 생산 피해가 발생한다. 이미 일본·멕시코·호주 등이 우리를 향한 신선과일 수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일본은 사과 수출확대를 위한 고급화·브랜드화 전략에 매진 중이다.

한편 CPTPP 회원국 중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이 한국 축산시장에 관심이 큰 상황에서, 한우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CPTPP 가입 시 국내 한육우 생산감소액은 연간 928억원, 한우는 884억원으로 추산됐다.

셋째, CPTPP 자체의 독소조항 문제도 심각하다. 원산지 규정의 경우 ‘완전누적 기준(당사국의 원산지 재료 누적 뿐 아니라 비(非)원산지 재료의 역내 공정과 부가가치 누적까지 인정하는 기준)’ 내용이 담겨있다. 즉 원산지 판정에 있어 CPTPP 역내 국가들을 단일체로 간주하는 내용으로, 완전생산 인정범위(기존의 ‘개별 국가’ 단위에서 ‘CPTPP 역내’로 범위가 확대) 또한 확대돼 농식품 최종제품의 중간재와 원재료 수입이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SPS와 관련해 ‘구획화’ 조항도 주목해야 한다. 구획화란 ‘국가’가 아닌 ‘농장’ 단위로 수출입 제한범위를 완화해, 특별한 차단방역 시설을 갖춘 농장·시설을 평가함으로써 수입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특정 CPTPP 가입국의 농축산물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수입제한이 불가능하다.

그동안 정부는 각종 FTA를 체결할 때마다 농업계와 상의해 보완대책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언제나 실질적 대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나마 진행한 FTA 피해보전직불금 지급의 경우 △국내가격요건 △총수입량 요건 △FTA 체결국 수입량 요건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가능토록 설계돼, 제대로 발동되지도 못했다. 그나마 2019년 1,000억원이었던 피해보전직불금 예산이 올해 200억원으로 감액됐다.

무분별한 FTA 체결, 피해농가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 미비 등이 겹친 상황에서, 농민은 농사를 지속하기 어려웠다. 포도의 경우 2012년 한미 FTA 이래 연평균 7만5,263톤(수입액 약 2,886억원)이 수입되고, 매년 750여명의 농민이 포도농사를 그만뒀다. 지난해 포도 생산량의 44.8%가 수입돼 들어왔다.

요컨대, CPTPP 가입은 농산물 수입 의존도를 늘리며, 추가 시장개방의 경제적 이득은 작지만 고통은 클 것이다. 이제야말로 국가는 농민·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농업 보호와 식량주권 실현을 위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

 

발제 산자부의 통상조약절차법 준수여부, 미심쩍다
김종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통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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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통상조약절차법)」의 문제점과 관련해, 우선 2000년대 초반 마늘파동 이야기를 하려 한다. 1999년 중국산 마늘 수입이 급증해 국내 마늘농가들의 피해가 커지자, 2000년 한국 정부는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보복으로 한국산 휴대전화 및 폴리에틸렌 수입을 금지해 갈등이 빚어졌다.

한중 간의 협의 끝에 2000년 7월 31일 ‘한중 마늘협상’이 타결됐다. 한국은 3년간 3만5,000톤의 마늘에 30~50%의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그러다가 2002년부터 다시 중국산 마늘 수입이 급증했다. 한국 농림부(현 농림축산식품부)는 세이프가드 조치를 검토했으나 그게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2000년 마늘협상 시 부속합의 내용 중 2003년 이후 세이프가드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이면합의가 포함됐으나, 그 내용이 농림부에 전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로 인한 책임론이 불거져 2000년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마늘협상을 주도했던 한덕수 경제수석비서관(현 국무총리)이 사임했다.

이상과 같은 통상정책 집행 과정의 소통 부족, 통상교섭 주체(당시 외교통상부. 현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실질 이해당사자(당시 농림부와 산업자원부)가 갈리는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06년 통상조약절차법이 제정됐으나, 이후에도 문제는 온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통상조약절차법 제6조는 ‘통상협상 개시 전(前) 단계에서 통상조약체결계획을 수립’토록 하면서 체결계획 및 협상 과정을 전부 국회에 보고하도록 규정하며, 국회는 진행 중인 협상이 통상협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할 시 산자부 장관에게 통상조약체결계획 수립 등 이 법에서 규정한 절차를 준수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가 2014년 CPTPP의 전신인 TPP 가입을 추진할 시 최재천 국회 통상관계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이 ‘TPP 통상조약체결계획’ 수립자료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요구했음에도, 산자부는 “지금은 ‘관심표명’ 단계라 제출 못 한다. 참여를 결정하면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사실상 산자부가 법을 안 지킨 셈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을 재개하겠다는 CPTPP에 대해 과연 정부가 통상조약절차법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계획은 세웠는지 미심쩍다. 우리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나, 현재 국제법상에선 통상조약절차법 준수 등 국내절차를 위반하며 체결된 통상조약의 효력도 유효하다고 돼 있다. 현재 대응책으로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 △통상조약절차법 강화(정부의 왜곡 해석 및 집행을 방지하는 해석규정 추가 등) △국회 차원의 대(對)정부 자료 요청 등을 고려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론 국회가 CPTPP의 비준을 동의하지 않으면 무효가 된다는 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겠다.

 

발제 CPTPP, ‘국민 생명’과 ‘일제 역사’가 매장된다
주제준
CPTPP 가입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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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TPP의 현 의장국은 뉴질랜드지만 일본이 주도국으로서 영향을 막강하게 끼치고 있다. 때문에 일본이 한국의 CPTPP 가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지금까지 일본 핵심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일본 국민의 이해가 전제돼야 하고, 전략적 관점에서 한국 가입을 승인할 것”으로 정리된다.

일본이 얘기하는 국민적 이해와 전략적 관점은 무엇일까. 그 첫 번째가 후쿠시마 주변 8개현 식품의 수입 재개다. 일본은 “근거없는 소문에 의해 한국이 후쿠시마 농축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걸 해결하겠다고 얘기한 바 있다. 대만은 2018년 국민투표로 후쿠시마 식품 수입을 중단했지만 CPTPP 가입을 진행하면서 이를 철회했다. 국민투표를 했는데도 저 정도면 당연히 일본은 우리 정부에도 같은 요구를 할 것이다.

과연 후쿠시마 식품은 안전한가? 방사선물질 중에서도 특히 세슘은 반감기가 30년 이상이고 미량으로도 어린이들에게 위험하다는 연구들이 있다. 지금 후쿠시마 지역의 청소년 갑상선암 환자 비율은 일반적인 성인 갑상선암의 29배다. 백혈병은 10배, 심근경색은 4배다. 세슘 검출량은 다른 현의 4배며 농산물에도 1.4배, 가공식품엔 5배 이상의 세슘이 검출된다.

후쿠시마 식품처럼 직접적인 문제는 아니지만, 정치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일본이 한국 가입을 반대할 만한 이슈들도 있다. 최근 신냉전이 확대되면서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되고 있고 일본이 미국의 비호를 받아 군사대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것을 발목잡는 것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다. 2018년 배상청구권이 인정되고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가 시도됐지만 우리 외교부가 한미관계를 이유로 법원에 유보를 요청했고 실제로 판단이 유보됐다.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2015년 박근혜정부와 아베의 졸속 굴욕 합의에 윤석열정부가 동조하고 있다. 지난 2일 한일안보수장 회의에서도 이 합의가 정부 공식합의라는 걸 수긍했다. 이런 것들이 결국 CPTPP 가입의 토대를 구축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확대되고 있다.

산자부 장관에 따르면 CPTPP 가입은 연말까진 추진하기 어렵다고 한다. 농어민들이 투쟁을 통해 CPTPP 가입을 우선 저지한 건 매우 큰 성과다. 상황은 농어민에게 유리하다. 식품 안전과 국민 건강권 문제, 그리고 한일 역사쟁의까지 얽혀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가 적극 참여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심지어 대통령 국정지지율도 30%를 못 넘고 있다. 가입을 선언하지 못하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

 

청중토론 또 하나의 싸울거리, IPEF

지난 5일 CPTPP 국민검증단 전문가 위원 발표회 중 청중으로 참석한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 한승호 기자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청중들은 CPTPP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오는 8~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IPEF 장관회의가 열리는데, 미국은 현재 ‘인플레이션 감축법’ 제정을 통해 미국 내 전기차 제조기업 한정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자신들이 한국 등에 요구했던 FTA에 위배되는 행위들을 저지르고 있다. 이런 식으로 뻔뻔한 모습을 보이는 미국과 무슨 협상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CPTPP, IPEF 등의 협정으로) 위험해지게 되는 사람들이 모두 연대해서 투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IPEF에서 SPS 등 농업분야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일까”라는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의 질문에,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는 “현재 IPEF엔 구체적 내용은 안 담겨있고 ‘4개의 기둥’이라는 기본 틀만 담겼다. 이 내용을 갖고 무엇을 어떻게 협상하려는지 모르겠다. 미국이 어떻게 끌고 갈지는 모르겠지만, IPEF는 CPTPP와 달리 행정협정이라 국회 비준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며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나, IPEF의 안건이 구체화된다면 CPTPP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오는 8~9일 IPEF 장관회의가 끝나면 더 큰 싸울거리가 늘어날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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