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오대벼 수확에 나선 강원도 철원군 농민들의 고심이 짙어지고 있다. 올해 날씨는 철원 농민들에겐 최악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내기철에는 가뭄과 냉해가 연이어 찾아들고, 벼가 영글 시기에는 비가 잦아 일조량이 모자랐다. 오대벼 기준으로 대략 24일 분량의 햇볕이 부족하다고 추산된다. 그 탓에 도열병 피해를 본 농가가 적지 않다.
지난달 29일 콤바인이 쏟고 간 나락을 살펴보는 철원 농민 황용하씨의 얼굴이 착잡하다.
“평년대비 수확량이 20% 가량 빠질 것 같다. 쌀값이 폭락해 수매가가 얼마로 정해질진 모르지만, 생산비나 나올지 모르겠다.”
황씨는 자신이 거래하는 개인정미소에선 말린 나락 1kg당 1,650원을 주겠다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취재한 바로는 정미소마다 나락 1kg당 1,700원, 1,800원, 1,950원 등 부르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농협의 수매가가 기준을 잡아줘야 하는데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철원군농업인단체협의회(회장 김동익, 농단협)는 농협에 1kg당 2,100원을 제시했다. 4개 농협의 총 적자가 100억원이 넘는 상황이라 마음은 편치 않다. 1kg당 1,850원을 제시한 동송농협(조합장 진용하)도 적자 상황과 농민의 요구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김희용 강원도쌀생산자협회 회장은 “철원의 4개 농협이 경기도 여주 통합RPC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농민들은 저지선을 작년 가격으로 잡고 있다”고 했다.
황씨는 “중앙정부가 나서서 할 일을 왜 농민과 농협이 고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판의 소리를 높였다.
한편 철원 농민들은 농단협을 중심으로 지난달 24일 강원농민대회와 29일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해 쌀값 폭락에 따른 사태를 대통령이 특단의 조처로 해결하기를 요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