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농식품부 예산안 17조2,785억원 … 농정공약은 ‘선거용’

정부 전체 예산 증가율 5.6% … 농식품부는 2.4% 증가

4천억 늘어난 예산, 할인쿠폰·수입쌀 매입에 절반 사용

초등생과일간식·임산부친환경꾸러미 '전액 삭감' … 급등 영농비 대책도 없어

  • 입력 2022.09.03 08:24
  • 수정 2022.09.03 08:3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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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지난달 31일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김인중 차관이 17조2,785억원으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지난달 31일 농림축산식품부 기자실에서 김인중 차관이 17조2,785억원으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예산안이 발표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은 17조2,78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4,018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 전체 예산증가율 5.6%의 절반 수준일 뿐 아니라 영농비 폭등 대책도 비료값만 인상분 일부를 지원하는 데 그쳤다. 지난 대선 농정공약의 핵심인 농업직불금 2배 확대 공약도 첫해부터 공약축소 우려를 낳고 있다. 4,000억원 늘어난 예산은 소비자 할인쿠폰 1,000억원, 국제쌀값 인상에 따른 TRQ쌀 매입 1,220억원 증액에 절반이 사용됐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 농식품부)는 지난달 31일 2023년 예산안을 17조2,785억원 규모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김인중 차관은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예산안을 브리핑하며 “올해 대비 2.4%(4,018억원) 증가한 규모로, 실제 중앙정부 가용재원 증가율인 1.5%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식량주권 확보 △농업 미래 성장산업화 △농가 경영안정 강화 △농촌 활성화 및 동물복지 강화 등 네 가지 분야와 비료·사료 가격안정 지원, 직불금 확대 등 농업현장 체감도가 높은 사업에 2023년 예산을 집중 편성했다고 밝혔다.

식량주권 확보 분야 예산의 핵심은 ‘가루쌀 산업’이다. 가루쌀 산업 활성화에 107억원(농촌진흥청 36억원 포함)을 투입해 전문재배단지 육성(40개소, 31억원), 제품개발(15개, 25억원), 판로 확보(20개소, 15억원) 등을 추진한다. 곡물 비축량도 확대하는데 밀은 기존 1만4,000톤에서(156억원) 2만톤(245억원)으로 늘리고, 콩은 비축매입 단가를 kg당 4,032원(1,068억원)에서 4,489원(1,234억원)으로 인상한다.

특히 ‘전략작물직불제’가 신설돼 720억원을 편성했다. 겨울철에 밀이나 조사료를 심고 이어 가루쌀을 심는 이모작을 하면 ha당 250만원의 전략작물직불금을 받을 수 있다. 가루쌀만 심을 경우 ha당 100만원을 지급한다. 농식품부는 이를 통해 쌀의 재배면적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달 31일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17조2,785억원으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지난달 31일 농식품부 기자실에서 17조2,785억원으로 편성된 내년도 예산안을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청년농 육성 예산도 확대됐다. 3만명의 청년농 육성 계획을 세운 농식품부는 영농초기 정착지원금을 현행 9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인상하고 선발 규모도 2,000명에서 3,000명으로 늘렸다. 이들에겐 창업자금 이자율도 현행 2%에서 1.5%로 낮춰 지원한다. 청년농에게 최대 30년 농지임대(20ha 규모, 82억원)를 신규사업으로 편성했으며, 임대 완료 이후 소유권을 이전해 주는 제도 도입, 유휴농지·국공유지를 경작 가능하게 정비한 후 제공(6ha, 54억원), 공공임대용 비축농지에 스마트온실을 설치해 임대(6ha 규모, 45억원)하는 사업도 신규 도입됐다. 편의시설을 갖춘 공공임대 주택단지도 4개소(48억원)로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영농비 폭등은 농가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였는데,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지원될 전망이다. 비료가격 상승분의 80%를 6개월분에 한해 지원하고, 1조원 규모의 사료구매자금을 저금리(1.8%)로 제공한다. 농업직불금 분야에서 2017~2019년 ‘직불금 사각지대’를 없애 56만명의 실경작자가 (17만ha, 3,000억원) 직불금을 받게 되는 것이 큰 변화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대선 당시 농정공약이었던 농업직불금 예산 5조원은 내년 3,285억원만 확대돼 ‘공약 후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촌인력 부족 문제는 농촌인력중개센터 확대로 대처한다. 센터는 기존 155개소(112억원)에서 내년 180개소(126억원)로 늘어나며 이 중 9개소가 외국인노동자를 직접 고용해 농가에 공급하는 공공형 계절근로 센터로 전담 운영된다.

중요 농산물 비축도 확대되는데, 기존 34만톤(5,620억원)이 35만톤(6,866억원)으로 늘며 채소가격안정제 규모도 97만톤(451억원)에서 123만톤(552억원)으로 증액한다. 농축산물 할인쿠폰 사업은 1,080억원으로 편성됐다.

농민단체들은 농식품부 내년 예산안에 대해 “위태로운 농가경제를 살릴 방안이 빠졌다”고 맹비난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양옥희)은 “윤석열정부 출범 당시 식량주권을 강화하고 농업직불제 5조원을 확충하겠다던 공약은 어디로 간 것인가. 이게 과연 농업·농민을 대변하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인지 산자부나 보건복지부 예산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면서 식량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예산안을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은 “농식품부는 2.4% 예산 증액을 자랑하지만 비료값 40%, 면세유 100%, 인건비 10%, 농자재값 30%가 폭등한 상황에서 물가상승률 6%에도 미치지 못한 예산안은 예산 축소”라고 일축했다.

특히 내년 예산안 증액분 4,000억원은 농축산물 할인쿠폰 1,080억원, 국제쌀값 인상에 따른 수입양곡대(TRQ쌀) 예산 1,200억원 증액으로 절반이 사용돼, ‘시급한 민생 과제 해결에 중점’을 뒀다는 농식품부의 발표가 무색한 상황이다. 국내 쌀값 폭락률이 4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농식품부는 수입쌀 40만8,700톤을 매입하는 예산을 올해 4,326억9,400만원에서 내년엔 5,548억9,600만원으로 1,222억200만원(28%) 증액 편성했다. 초등돌봄간식지원 시범사업(72억원)·임산부친환경농산물지원 시범사업(157억8,000만원) 예산은 전액 삭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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