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대회, 농민이 승리하는 투쟁

  • 입력 2022.09.04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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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전국의 농민들이 서울에 모였다. 아침까지 내리던 비도 농민들을 맞이하기 위한 듯 그치고 선선한 바람까지 분 초가을의 시원한 날이었다.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에서부터 강원도 철원에서 농사짓는 농민, 비행기를 타고 서울 땅을 밟은 제주도의 농민들까지 합류했다. 농민들의 답답한 심정, 정부의 잘못된 정책 방향을 세상에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농민대회는 농민들의 피맺힌 절규가 서울 방방곡곡에 울려 퍼지기에 충분한 날이었다.

농민들은 농사 전문가다. 세계 그 어느 농민들에게도 뒤처지지 않는 농사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과거에는 농사기술을 배우기 위해 일본, 유럽 등을 견학갔지만 이제는 우리 농민들의 농사기술이 으뜸이 됐다. 농민들은 농사도 잘 짓지만 아스팔트 농사에서도 뒤처지지 않는다. 국민들 배고프지 않게 식량도 생산하고 당당하게 자신들의 권리도 요구할 수 있는 농민들이 참으로 멋지다.

농민들의 아스팔트 농사에는 흥이 있다. 그리고 절절함이 있다. 이 땅의 어머니, 아버지인 농민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사람들이다. 자식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등골이 휘도록 농사만 지어온 사람들이다. 볕에 그을려 까매진 얼굴, 주름이 가득한 얼굴과 손이 그들의 노고를 증명해 준다.

그들에게 희생을 요구할 때가 언제인지 잊은 채 농업에 대한 무관심이 만연해지고 있다. 현재 농민들의 희생을 밑바탕으로 경제성장을 이루고 선진국 반열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제는 줄어 들대로 줄어들어 소수가 돼 버린 농민들을 아스팔트 위로 계속해서 내몰고 있다. 포대자루, 상복을 입고, 한 손에는 벼를 들고 농민들은 외치고 외쳤다. ‘우리도 국민’이라고 외치는 소리에 정부가 답해야 한다.

각종 FTA 체결로 무분별하게 수입되는 농축산물은 농민들의 생존권을 위협했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그리고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다. 무관세로 또는 저율관세로 시도 때도 없이 수입을 추진하는 정부의 눈에 우리 농민들 고통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농민들이 가장 힘들어하고 아파하는 것이 바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할 때 밭을 갈아엎는 것이다. 몇 달 동안 땀흘려 농사지은 농작물을 수확하지도 못하고 갈아엎어야 하는 심정이 어떨지를 모두가 알아야 한다.

최근 정부 문서에서 식량주권이라는 표현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식량주권을 확보하겠다고 하면서 정작 펼치는 정책은 그와는 반대다.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농민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농민이 사라지면 식량순수입국인 한국은 더욱더 수입의존율이 높아지고 세계 곡물메이저에 좌지우지될 것이다. 농민이 소멸되는 미래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의 농정방향은 전면 전환돼야 한다.

농민들이 말하는 농민세상은 농민만을 위한 세상이 아니다. 농민들의 권리가 보장되는 내년에도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을 희망하는 것이다. 8월 29일 아스팔트 위에 쏟아진 쌀이 농민들의 피눈물임을 잊지 말고 정부에 전달된 요구사항을 철저히 이행해나가야 한다. 이미 종말을 알린 세계화에 더이상 목매지 말고 자국의 농민들을 먼저 살려야 한다. 농민들의 권리가 당당히 보장되는 그날까지 농민들의 아스팔트 농사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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