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그렇다, 어린이는 지금 건강해야 한다

  • 입력 2022.08.28 18:00
  • 수정 2022.08.29 15:17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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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강선일 기자
강선일 기자

우리 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지며 장안의 화제로 떠오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지난 18일 종영했다. 이 드라마는 자폐성 장애를 가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가 온갖 사회적 편견을 이겨내며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내 호평받았다.

드라마 속 여러 이야기들이 기억나지만, 특히 ‘어린이 해방군 총사령관’ 방구뽕(구교환 분)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방구뽕은 극 중에서 △어린이는 지금 놀아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건강해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행복해야 한다 등의 ‘3대 지금 원칙’을 이야기한다. 다른 원칙도 중요하지만, 농업·먹거리 분야를 다루는 기자 입장에서 ‘지금 건강해야 한다’는 주장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는 밤늦게까지 학원 수업을 들어야 했던 아이들이 패스트푸드점 또는 편의점에서 저녁 아닌 저녁을 먹고, 그나마 햄버거마저 제대로 먹을 시간이 없어 먹다 남긴 채 학원으로 달려가는 장면을 보여줬다.

이상의 내용은 드라마 내용이지만 현실 속 이야기기도 하다. 이 아이들을 뭐 하나 제대로 못 먹을 정도로 가혹한 교육환경으로 몰아넣은 이들은 아이들의 부모와 학원들, 궁극적으로는 대한민국의 성적 지상주의 교육체계를 유지 중인 교육 당국이다. 방구뽕은 이 아이들을 일시적이나마 ‘해방’시키고자 (아이들과의 협의하에) 산으로 데리고 가 놀다가 유괴범으로 몰려 체포됐다.

자, 그렇다면 우리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은 아이들에게 빚진 게 없을까? 우리는 늘 ‘생애주기별 먹거리 보장체계 구축’, ‘먹거리 시민 육성’ 등의 담론을 논해왔지만, 정작 그동안 밤늦게까지 공부에 시달려 밥 다운 밥도 못 먹는 어린이들의 문제를 얼마나 고민해 왔을까? 점심시간에 친환경 학교급식을 제공하면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할 일을 다 한 걸까? 어린이들이 학교 바깥에서 무엇을 먹을지에 대한 고민은 해봤을까? 학교 바깥 영역, 즉 소년원 또는 그 밖의 공간에 존재하는 아이들의 먹거리 문제는 방치해도 되는 걸까?

더 속상한 현실은 당장 마땅한 대안을 논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친환경먹거리가 담긴 꾸러미 또는 밀키트를 제공하자는 대안도 제기되지만, 햄버거 먹는 것도 용납하지 않는 교육현실이 ‘건강한 먹거리를 제대로 이해하며 조리해 먹는 상황’인들 내버려둘까?

냉엄한 진실이지만, 한국사회에서 농업·먹거리문제 개선은 교육문제, 그리고 먹거리 관련 노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겪는 노동문제 등 다른 사회적 현안의 개선과 연동되지 않는 한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진실을 인식하며, 늦었지만 농민·교사·학자·급식노동자·학부모, 그리고 어린이와 청소년까지 함께 모여 논의라도 시작하자. ‘어린이는 지금 건강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의식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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