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쌀 통계, 흔들리는 쌀 정책

1인당 쌀 소비량 56.9kg, 군급식 등 단체급식 조사대상 '제외'

“쌀수급정책 시장격리 뿐 … 생산량·소비량 통계 부정확 ‘문제’”

  • 입력 2022.08.26 16:50
  • 수정 2022.08.29 09:2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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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불확실한 쌀 통계에 기인한 양곡정책이 현재의 쌀값 폭락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받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 산이농협 벼건조저장시설에서 김애수 조합장이 평소 양파를 보관하던 냉장창고에 쌓여 있는 톤백을 휴대폰 불빛을 켜 보여주고 있다.  한승호 기자
불확실한 쌀 통계에 기인한 양곡정책이 현재의 쌀값 폭락 사태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받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전남 해남군 산이면 산이농협 벼건조저장시설에서 김애수 조합장이 평소 양파를 보관하던 냉장창고에 쌓여 있는 톤백을 휴대폰 불빛을 켜 보여주고 있다. 한승호 기자

 

정부가 2021년산 쌀의 소비량보다 많이 남는 쌀을 ‘시장격리’ 해 빼냈지만 산지쌀값이 계속 폭락하고 있다. 정부가 추정한 남는 쌀 27만톤보다 10만톤이나 더 매입했으나 속수무책이다. 정부는 소비량 감소에서 이번 쌀값폭락 원인을 찾고 있지만 현장은 불확실한 통계에 양곡정책을 맡긴 현실부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통계청이 올해 1월 발표한 ‘2021년 양곡소비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양곡(쌀+기타양곡) 소비량이 60.5kg이고 이 중 쌀소비량이 56.9kg이다. 1인당 쌀 소비가 전년대비 1.4%(0.8kg) 줄었다.

통계청이 밝힌 양곡소비량 조사 목적은 ‘양곡수급계획, 식생활개선, 식량생산 목표설정, 식량문제연구 등 농업정책 수립에 필요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알권리’를 넘어선 양곡수급계획과 농업정책에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쌀 소비량 통계에 쓰인 조사대상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업체의 쌀 소비량 조사대상 부분은 논외로 하고, 가구 부문을 살펴보면 1,540가구가 대상이며 이는 농가 640가구, 비농가 900가구를 합한 것이다. 농가 640가구의 표본조사 대상에 농촌지역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1인 농가’는 제외돼 있다. 또한 군대·교도소·고아원·요양원 등 집단시설의 쌀 소비량도 조사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군대만 하더라도 하루 세끼의 급식이 꼬박꼬박 제공되며 일반 가구의 1인당 쌀 소비량을 월등히 넘기는 곳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인당 쌀 소비량 조사대상에 ‘군대’ 등 집단시설을 제외한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은 정부도 공감하고 있었다. 정성수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 사무관은 지난 23일 “가정에서 얼마나 먹는지를 보는 자료라 군대, 교도소 등은 ‘가구’로 집계되지 않는다. 하지만 ‘1인당 소비량’ 측면에서 보면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며 “그렇잖아도, 쌀 생산량과 소비량 조사의 정확도를 높이는 문제로 최근 통계청과 실무진 차원의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정 사무관은 ‘신곡수요량’을 추산하는 어려움도 설명했는데, 실제 소비량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올해 먹는 소비량을 작년에 추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2021년산 신곡소비량을 2021년 말에 ‘추정’ 발표하는데, 심지어 2020년산 쌀 실제 소비량도 나오기 전이다.

2021년산 시장격리를 3차까지 했는데도 쌀값 폭락이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정 사무관은 “지금 계속 분석하는 상황인데, 코로나로 인해 단체급식이 중단되고 외식소비도 감소한 반면 배달음식 소비가 증가했다. 아시다시피 배달음식은 쌀보다 치킨·피자·짜장면 등이 많다. 예상한 소비량 감소가 추세치보다 더 줄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광석 전 강진군농민회 사무국장은 “현재 쌀수급정책은 시장격리가 유일한데, 시장격리 물량을 확정 짓는 생산량 소비량 통계가 부정확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특히 정부가 쌀값 폭락의 원인을 ‘소비량 감소’로만 몰고 가면서 농민들 입을 막고 있다. 덮어놓고 벼를 많이 심은 취급을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정책적 대안은 실종된 상태에서 생산비 폭등에 쌀값 폭락의 이중고를 농민들이 고스란히 덮어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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