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으로 산다는 건] 귀농인에게 한계농지 경작수당을 주자

  • 입력 2022.08.28 18:00
  • 수정 2022.08.28 19:08
  • 기자명 구점숙(경남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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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점숙(경남 남해)
구점숙(경남 남해)

귀농인들이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생산수단은 단연코 질 좋은 농지입니다. 농기계는 임대소에서 빌릴 수도 있고, 농기구는 정보만 알면 어디서든 구할 수가 있고, 씨앗이나 모종도 그런대로 구할 수 있지만, 농지를 구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것도 그냥 농지가 아니라 우량농지 말입니다. 우량농지와 박토의 생산량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또 그 농사를 지을 때 남부러운 그 재미가 얼마인지, 현지에서 농사를 짓고 살지 않으면 잘 모릅니다.

물론이거니와 박토를 옥토로 만드는 데는 평생의 노력이 들어갑니다. 용수공급도 좋아야 하고, 동시에 물 빠짐도 좋아야 하며, 유기물 함량도 높고, 햇빛이 일찍 들면서 늦게까지 비춰 줘야 합니다. 간혹 몰아치는 센바람도 들판으로 퍼져서 위해를 가하지 않는 곳이라야 최고의 농지가 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요즘의 최고 요건은 큰 길이 옆에 있어서 농기계는 물론 화물차도 들락거리기가 좋아야 합니다.

이런 농지에 대한 농민들의 자부심은 실로 대단합니다. 웃돈을 줘가며까지 구입한 배경과 과정이며, 최상품 농산물이 최대량으로 나온 역사 등을 일일이 기억하며 수시로 자랑하기 일쑤입니다. 사는 집은 고만고만해도 농지가 좋다는 건 농민으로서는 최고의 자랑거리이니까요.

이런 농지를 초짜 귀농인들에게 임대를 해주고 싶겠습니까? 풀관리 농사관리가 안되는 신출내기 농사꾼들에게 땅을 맡겼다가는 연에 박토가 될 거라며 답주들이 꺼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귀농인들에 주어지는 땅은 주로 묵정밭이나 한계답 등 현지인들이 농사짓기 귀찮아서 묵히는, 또는 묵히려는 땅들입니다.

이런 땅들은 현지인들도 생산비를 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귀농인들이 농산물 매출액 500만원을 손에 쥐기 힘든 것이고, 그래서 농사로 3년을 못 버티고 떠나거나 재촌탈농을 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그 좋은 우량농지는 결국 누구의 손에 가느냐? 물론 집안 먼 조카의 손에 가기도 하지만, 그 조카들도 이미 칠십 줄에 들어앉아 농사를 늘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쉽게 농업회사법인에 임대를 해주게 됩니다. 회사법인은 돈 되는 농사를 위해 농지를 찾아 어슬렁거리는 하이에나처럼 노는 땅을 찾습니다.

임대료를 평당 1,000원씩만 더 준다 해도 어디입니까? 임대료만 보자면 농민 입장에서 나쁠 것이 없는 거래이지만, 농사 과정을 제대로 알게 되면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화학비료도 더 많이, 예찰 정보에 따라 농약방제도 더 많이 하게 마련이지요. 몇해 전 우리지역에서도 몇십만평의 마늘 농사를 조기수확하고자 작물건조 제초제를 치는 바람에 인근 벼농사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역의 여론이 들썩거렸습니다.

단기로 보자면 수확량이 늘고 소득이 늘겠지만, 땅한테는 참으로 몹쓸 짓인 것이지요. 땅속 미생물들을 죽이고, 유기물 함량도 줄이는 등 답주들이 그토록 겁내던 박토로 서서히 진행되는 것입니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됩니다.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고, 소득에 못 미치는 농사에 농사지을 농민이 없어지면, 농업회사법인을 넘어 대기업들도 농업에 진출하게 되리라는 것이 아는 사람들의 우려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마을분들과 더위를 피해 시원한 차를 마시며 이런 문제에 대해 얘기를 나누자, 귀농인 수당을 주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한계답 평당 1만원씩을 주면, 우선은 농사연습도 될 것이고, 일정의 소득도 보장되고, 버려지는 농지도 제 구실을 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답주들의 신망도 얻게 되니 그야말로 모두에게 이익이 되지 않겠냐는 것입니다.

이래서 현장에 답이 있다고 하나봅니다. 누군가에게 돌아갈 이익을 위해 확실한 정답을 정해놓고 일을 추진하는 우를 범하는 게 아니라면, 보다시피 현장에 답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역 정치인을 찾고, 행정에 제안해볼 참입니다. 이 훌륭한 정책은 우리마을 여성농민들이 제안했다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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