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에게 동등한 권리를

  • 입력 2022.08.28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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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여름의 끝자락에 전국 여성농민들이 서울 여의도에 모였다. 생산의 주체이며 지역사회 돌봄을 책임지는 이 땅의 어머니들이 여성농민의 권리를 알리고 보장받기 위해 모인 것이다. 농촌사회에서 여성농민은 농민이면서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등 수많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전히 온전하지 못한 여성농민의 법적 지위를 보장받기 위한 그들의 피맺힌 절규가 여의도에 울려퍼졌다.

2021년부터 제5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이 시행되면서 성평등을 통한 여성농민의 행복한 삶터, 일터, 쉼터를 비전으로 내세웠다. 많은 여성농민은 농사짓는 농민이면서도 자신의 이름으로 면세유를 받지도 못하고, 또 누군가는 4대보험에 가입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농민수당을 받지 못한다. 어찌보면 지역사회에서 가장 공익적인 역할을 많이 수행하는 주체가 바로 여성농민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정책이 그들을 인정해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001년 12월 「여성농어업인 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과거에 비해 많은 정책이 성평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발전했고 그 속에서 여성농민을 위한 새로운 정책도 발굴되고 뜻깊은 성과도 나왔다. 하지만 여성농민의 권익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변화돼야 할 것이 많다. 20년, 30년을 농사지어 온 농민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농민임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현재의 불합리한 현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의 가장 기본 바탕에는 농민을 각각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농가’라는 단위로 묶어서 정책을 시행해왔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여성농민은 경영주의 가족종사자, 배우자라는 이름 뒤에 숨겨졌고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농민으로 살아가지만 여성이라서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은 커다란 상실감을 안기고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여성농민이 다른 일을 병행하고 있다는 이유, 농지원부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농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부당하다. 여성농민이 농사만이 아닌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은 한국농업이 내몰려 있는 슬픈 현실이다.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농민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빚을 내 규모를 계속해서 키우거나 농사를 포기하는 길이었다. 농산물값이 보장되지 않고 생산비조차도 보장받기 힘든 현실에서 가족 중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농외소득 활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여성농민은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야 했고, 지역아이들 돌봄을 위해 각종 교육을 이수해야 했다.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생활을 하기 위해서였다. 여성농민이 4대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농민이 아닌가. 출근 전 농사일을 위해 꼭두새벽에 일어나 하우스, 밭에 나가 농사일을 하고 집을 나섰다. 그 누구보다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농민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줘야 마땅한데 정반대로 가고 있는 문제를 더 늦기 전에 바로잡아야 한다.

여성농민은 당당한 농업생산의 주체이자 농촌의 주축이다. 더이상 농가라는 틀 속에 가둬 농민 지위와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 여성농민에게 행해졌던 모든 형태의 차별을 근절하고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모든 농업·농촌정책이 성인지적 관점에서 설계되고 실행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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