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52] 쌀 목표가격제를 부활하라

  • 입력 2022.08.28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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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아마 3~4년전으로 기억한다. 당시 정부는 고정직불금을 올리는 대신, 변동직불금은 없애는 쌀소득보전직불제 폐지를 위해 여론을 수렴했다. 그때 당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쌀 관련 농민단체 대표를 개인적으로 만나, ‘다른 건 몰라도 목표가격이 없어지는 변동직불제 폐지만큼은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그 단체를 비롯한 다수의 농민단체들은 처음에는 반대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무슨 연유에서인지 정부의 쌀 제도 개편안에 동의해 줬다. 거간의 사정을 알 수 없는 나는 몹시 의아했고, 지금도 그렇다.

아무튼 정부는 직불금이 쌀에 집중된다는 소위 ‘쌀 위주의 농정’에서 탈피해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를 제고한다는 명분으로 공익형 직불제를 도입했다.

당시 국회는 행정부의 쌀 정책에 유일하게 직접 개입할 수 있었던 목표가격 결정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행정부를 견제할 방법이 없게 됐다. 얼마 전 국회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정부에 항의하는 시위를 했다기에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렇게 우려되면 법을 바꾸면 될 일 아닌가.

내가 이렇게나 변동직불제 폐기를 아쉬워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쌀이기 때문이다. 쌀은 단순한 자유시장 경제재가 아니고 정책의 개입이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쌀은 일제하에서는 물론 해방 이후 지금까지 오롯이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생산과 유통 그리고 가격과 소비가 결정·조절돼 본 적 없는 거의 유일한 정치 경제재다.

돌이켜 보면 식민지 시절 일제는 산미증식운동을 통해 쌀 농가를 착취했고 해방 이후에는 수매방출제에 의해 가격과 소비를 통제했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와 자유무역협정(FTA) 체제의 신자유주의 개방농정하에서 우리 쌀 농가는 개방유예와 개방이라는 정치적 우여곡절을 겪었고, 아직도 의무수입물량 40여만톤이 매년 수입되고 있다.

그뿐인가. 생산요소인 논은 과거에는 절대농지, 현재는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여 있어 자유로운 소유나 이용이 불가능하게 돼 있고, 심지어 경자유전의 원칙이 강화되고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하지만 결국 우리의 논과 쌀은 시장경제 논리만으로 움직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 쌀 시장을 민간기관에 완전이관하고 정부는 손을 떼려는 정책 방향은 옳지 않다. 시장격리제가 있지만 그건 가격지지를 위해 애쓴다는 정부의 알량한 시늉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현재 쌀 가격 폭락사태와 쌀 농가소득 급락 사태를 맞아 목표가격제가 있었다면 그나마 쌀 농가소득을 어느 정도는 보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작금의 쌀 사태 해결을 위해서는 쌀 목표가격제를 어떤 형태로든 부활시켜 쌀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최우선 조치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난 다음 쌀 소비확대, 타작물 재배, 대북지원 등의 정책이 적극적으로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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