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친환경 농민 옥죄는 인증제도 개선 시급하다

  • 입력 2022.08.21 18:00
  • 기자명 김오열 충남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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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열 충남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
김오열 충남먹거리연대 집행위원장

 

이웃 농지에서 바람에 날려 농약성분이 검출되는 등 의도하지 않은 요인으로 친환경 인증이 취소되는 농민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더욱이 잔류농약 검출 시 농민이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입증도 농민 몫이고 인증취소에 따른 피해도 농민들이 떠안아야 한다. 자부심 가지고 친환경농업을 어렵게 실천하는 농민들에게 현행의 결과 중심 인증은 이처럼 농민들을 옥죄고 각종 비용상승에 따른 고통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친환경농업인증 제도가 결국 농민들에게 친환경농업을 포기하게 만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적지 않은 친환경 농민들은 과거에 사용한 농약성분이 토양에 잔류하거나 드론 등의 항공방제 및 이웃 농민 농약 살포 과정에서 바람에 날리는 경우, 공공기관이 가로수 방제 등의 명목으로 뿌린 살충제가 비산되는 경우, 허용된 것으로 알고 사용한 농자재 속에 농약성분이 검출되는 등 불가항력적 원인에도 친환경인증이 취소되는 행정처분을 받아왔다. 이로 인해 학교급식 등으로 농산물 출하를 하지 못해 수확물을 고스란히 폐기해야 했다. 과연 누구의 잘못인가. 애지중지 키워온 농산물을 팔지 못하고 농민의 자부심이 무너져 내리는 애끊는 눈물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현행 친환경농산물 기준은 ‘합성농약 또는 합성농약 성분이 함유된 자재는 사용하지 않으며, 합성농약 성분은 검출되지 않을 것(친환경농어업법 시행규칙)’으로 잔류농약, 수질, 토양중금속, 퇴비 내 항생제 등 생산자의 의지로 변경할 수 없는 결과 중심 기준이다. 종자 선택, 지속가능한 토양환경 조성, 예방적 병해충 관리 등 생산과정에 대한 내용들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시료채취에 의한 시험분석으로 적합과 부적합을 따지고 있다.

하지만 유기농업(친환경농업)은 건강한 농업생태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잔류농약 불검출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농업생태계는 잔류농약이 없거나 거의 없는 상태로 이를 수 있지만 잔류농약 불검출만으론 건강한 농업생태계를 이룰 수 없기에 결과 중심의 기준은 폐기하고 유기농업의 국제기준,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에서 채택하고 있는 유기적 생산과정 인증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특히, 무조건 잔류농약 검출 시 인증취소를 먼저하고 추후 구제절차를 진행하는 현재의 상황은 농민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 행정 조치로 비산 및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을 경우 인증 농가의 의지 및 친환경농업 경력 등을 고려해 해당 연도의 인증을 유예하고 이듬해에 인증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또한, 잔류농약 검사에 따르는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동일 생산자, 같은 필지, 같은 품목을 재배하는 경우에는 인감증명서나 등기부등본 등의 행정효력이 3개월 정도 발생하는 것을 감안해 잔류농약 검사 효력 인증기간을 설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잔류농약 검사라는 방법 외에 친환경인증을 보완할 수 있는 생물 다양성 지표를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 친환경인증 농가의 필지 주변 생물 다양성 조사를 통해 지표생물을 정하고 일반 농지와 비료를 통해 친환경인증의 지속 여부에 대한 보조지표로 활용하는 것도 요구된다.

수입된 유기질 퇴비 혹은 유박 등도 충분히 부숙된 국내 일반 축분보다 안전하다고 볼 수 없는 만큼 국내 일반 축분에 대한 명확한 부숙도 검사 및 잔류농약 및 항생제 검사를 통해 문제가 없을 경우 유기농 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지역 경축순환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합성농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결과 중심의 친환경농산물 기준은 이제 생산주체의 의지로 건강한 토양환경을 조성하고 야생 생물의 서식지를 보전하며 종자·퇴비·사료 등을 투입하고 생산물을 수확해 관리하는 등 건강한 농업생태계 조성 과정으로의 기준으로 개선해야 한다. 지난 2018년 비의도적인 잔류농약에 대한 소비자 인식조사에서 소비자들은 과정이 좋으면 잔류농약이 약간 있어도 구입의사가 있다(74.4%)라고 답했다. 소비자 인식도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합성농약 성분이 전혀 없어야 한다는 기준은 친환경농민들을 옥죄고 있다. 반드시 과정중심으로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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