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 유통구조, 유통주체 간 ‘경쟁촉진’으로 개혁해야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혁 고민하는 전문가들, 국회 토론회서 도매시장 혁신방안 재차 촉구

  • 입력 2022.08.18 20:2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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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농·수산물 유통구조 혁신을 위한 방향과 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농·수산물 유통구조 혁신을 위한 방향과 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공영도매시장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유통주체 간 ‘경쟁촉진’ 활성화로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러나 지난 문재인정부에서도, 현 윤석열정부에서도 근본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 상황의 진단 및 해결책 논의를 위해,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권은희·윤재갑 국회의원 주최로 ‘농·수산물 유통구조 혁신을 위한 방향과 과제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김윤두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농산물 수급체계의 불안정성으로 가격 변동성이 심화됨에 따라, 생산자·소비자 모두 고통받는 상황을 지적하며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혁이 시급함을 재차 촉구했다.

김 교수는 도매시장의 경매제 중심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는데, 특히 극심한 수준의 가격변동 양상이 거론됐다. 김 교수가 제시한 2020년 9월초 가락시장 양배추 8kg 상(上)품의 가격변동 양상을 보면, 9월 3일 7,020원이었던 양배추 가격이 다음 날인 4일 131.5% 상승해 1만6,251원, 5일엔 또 46% 급락해 8,723원이 됐다.

같은 날 복수의 도매시장법인에 출하한 품목이 도매시장법인마다 극심한 가격 격차를 보인 사례들도 부지기수였다. 예컨대 2020년 8월 9일 A·B 법인에 청양고추 10kg을 출하했을 시 A 법인에선 2만4,000원의 가격이 형성된 반면, B 법인에선 가격이 겨우 2,000원으로 결정됐다. 12배의 가격 차이를 보인 셈이다.

영세농민 보호 차원에서 경매제를 유지해야 한다지만 그 점에서도 한계가 있다. 김 교수가 2019년 농산물 출하유형별 경락가격 차이를 분석한 데 따르면, 대부분의 품목은 개인출하 농산물보다 계통출하, 즉 조직력을 갖춘 대규모 출하자의 농산물에 높은 가격이 형성됐다.

무의 경우 개인출하 1kg당 495원, 계통출하 531.6원으로 계통출하 농산물이 1kg당 평균 36.6원 더 받았고, 대파는 개인출하 1kg당 1,134.6원, 계통출하 1,180.5원으로 계통출하 농산물이 평균 45.9원 더 받았다. 토마토(개인출하 1,942.2원, 계통출하 2,496.9원. 554.7원 차이), 감귤(개인출하 3,632원, 계통출하 3,808원. 176.8원 차이) 등도 계통출하 농산물이 더 높은 가격을 받았다.

2013년부터 경매제 중심 거래체계의 폐단을 시정하고자 정가·수의매매 방식을 경매제와 동등한 거래원칙으로 정하는 변화가 있었으나, 정가·수의매매의 실효성은 여전히 미흡하다. 김 교수는 “대부분의 품목에서 정가·수의매매 거래가격은 경매가격을 참조해 형성된다”며 “사실상 경매제가 정가·수의매매를 선도하는 구조로, 정가·수의매매 거래가 늘었다 해도 농산물 가격의 안정성이 높다고 볼 순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도매시장 유통구조 개선방안으로 △도매시장 내 시장도매인 도입 △중도매인 역할 확대 등을 통한 유통주체 간 경쟁유도 △온라인 거래 활성화 등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시장도매인제 도입과 관련해, 김 교수는 △농민 출하선택권 확대 △유통비용 절감 △물류체계 개선 △출하자 수취가격 향상 등의 이점이 있다고 한 뒤 “지방 도매시장의 시장도매인제 도입은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제22조 등을 통해 지자체 권한으로 운영토록 돼 있으나, 정작 농안법 제17조와 농안법 시행규칙 제16조(업무규정)는 이를 제한하는 상황이다. 이제는 중앙도매시장을 관리하는 지자체의 자율권을 보장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또한 도매시장 내 중도매인의 역할 확대와 관련해, 김 교수는 일본 사례를 언급했다. 일본은 2018년 6월 도매시장법 개정을 통해, 중도매인의 직접수집 및 도매시장법인의 제3자(대형마트 등) 판매 확대로 거래주체의 거래 자율성 확보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러한 조치로 일본 중앙도매시장의 중도매인 농산물 직접수집 비중은 2019년 23.6%로 2011년 18.2% 대비 5.4% 증가했다.

토론회 참석 예정자였던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 확진으로 부득이하게 직접 참석하지 못해 토론문을 보내왔다. 가락시장 도매시장법인들의 수탁독점에 따른 과도한 수익 추구 및 해당 수익의 비(非)농업분야 대기업으로의 유출 문제와 관련해, 김성훈 교수는 “일각에선 유통행위를 하는 민간법인이 이윤추구를 하는 것은 당연하기에 공익적 역할을 강요하는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나, 도매시장법인은 정부의 정책적 투자·지원을 통해 조성·운영되는 공영도매시장에서 지정받아 영업하는 특권을 가진다”고 언급했다.

김성훈 교수는 이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공영도매시장에서 경매를 주관해 발생하는 현금을 수수료로 가져가는 도매시장법인의 공익적 역할이 높지 않아 소위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높은 수익성을 보인다”며 “일반 민간기업들도 ESG(환경·사회·조직적 책임경영) 등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는 시점에서, 배타적 수익창출 권리를 가진 도매시장법인이 일정 수준의 공공성을 가져야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김성훈 교수는 도매시장법인의 공공성 및 역할 증진을 위해 △출하 농민 권익 증진을 위한 역할 강화 △법인 자체의 공공성 제고를 위한 제도 보완 △도매시장의 유통혁신을 위한 능동적 참여 촉진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성훈 교수는 도매시장법인 자체 공공성 강화를 위해 “출하자 등 이해관계자의 협의를 거쳐 법인 적정 수익 규모를 정한 뒤, 이를 넘어서는 수익을 공적 기금 등으로 조성해 사회에 기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경매가 급락 시 영세 출하자를 위한 지원 기금, 생산자조직 지원 기금, 출하지와 도매시장 소재 지역사회를 위한 공공기금 조성을 검토해 볼 수 있겠다”고 한 데 이어 “현재 4~7% 수준인 도매시장법인 위탁수수료를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 대형 도매시장법인의 경우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동환 농식품신유통연구원장은 “지난 수십년 간 이어진 정부주도형 농정체계 하에서 도매시장 거래제 등 농정 전반의 제도 개혁도 이뤄지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정부는 그동안 도매시장법인을 하나의 정책파트너로 여기며 사실상의 도매시장 관리역할을 맡겨 왔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라며 “시장 내 자유거래는 허용하되, 그 과정의 불공정거래는 정부 차원에서 단속하는 식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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