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아플 때 진통제 먹으면 통증이 더 오래간다?

  • 입력 2022.08.14 18:00
  • 기자명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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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임재현(봉천한의원 원장)

아플 때 진통제를 먹으면 진통제를 먹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랫동안 아프게 됩니다.

지난 5월 11일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은 아플 때 스테로이드나 비(非)스테로이드성 진통제(NSAID)를 복용하면 장기적으로 더 통증이 유발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급성 요통 환자 98명을 관찰해보니 절반은 통증이 사라졌고 절반은 통증이 남아있었습니다. 왜 그런지 연구해 봤더니 염증의 초기 단계에서 백혈구의 일종인 호중구가 조직손상을 수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데, 초기에 아플 때 스테로이드나 소염진통제로 염증을 없애주면 이런 회복과정이 일어나지 않아 통증이 더 오래 지속된다고 합니다.

생쥐를 통한 동물 실험에서는 염증 초기에 스테로이드를 주사한 쥐가 최대 10배나 더 오랜 기간 아팠습니다. 이후 연구진이 영국의 급성 요통 환자 2,000명의 자료를 살펴보니 소염진통제를 복용한 사람이 진통제를 안 먹은 사람에 비해 만성 통증으로 가는 비율이 두 배나 더 높았다고 합니다. 이번 발표와는 별개로 영국에서 50만명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서도 소염진통제를 복용한 사람들이 2~10년 후에 통증이 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나왔습니다.

그 때문에 아플 때 무작정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은 향후 여러 만성 통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합니다. 또한 진통제 자체도 장기 복용 시 소화불량, 속쓰림, 피부발진 등 여러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에 장기 복용도 조심해야 합니다. 통증이 심할 때는 가까운 한의원에서 치료받으면 좋습니다. 한약이나 침구 치료, 부항 치료는 내 몸의 틀어진 균형을 잡아주고 몸의 면역력과 자연치유력을 조절해 스스로 내 몸이 통증이 줄어들고 회복이 빠르게 되도록 하므로 안전하면서도 효과가 좋습니다.

그중 침 치료의 진통 기전을 살펴보면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설명합니다. △국소(local) 자극 △분절적(segmental) 자극 △전신적(general) 자극인데요, 우선은 아픈 부위에 침을 놓게 되면 혈관이 확장돼 혈액순환이 잘 되고 통증 신호가 신경을 통해 전달되는 것을 억제하며 근육을 이완시킵니다. 그 때문에 침을 맞으면 순환이 잘 돼 손발의 저림 증상이 좋아지고, 통증이 감소하며, 긴장되고 단단하게 뭉친 근육이 풀리게 됩니다. 한의원에 가면 아픈 부위에만 침을 놓지 않고 다른 곳에도 침을 놓는데요, 통증 부위와 같은 피부분절, 근육분절에 해당하는 혈 자리에 침 치료를 하는 것으로 ‘분절 자극’이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손이나 발의 혈 자리에 침을 놓으면 그 신호가 뇌를 자극해 뇌에서 전신적인 반응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렇게 몸의 반응을 조절하여 통증을 제어하고 회복이 빠르게 되도록 하므로 진통제처럼 만성 통증을 유발하거나 하는 부작용 없이 치료됩니다.

한의원에 내원하기 힘들 때는 음악을 듣는 것도 괜찮습니다. 최근 7월 8일 자 <사이언스> 지에 실린 연구 결과를 보면 생쥐 대상 실험 결과 소리를 들을 때 3분의 1 정도로 통증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이한 점은 음악 소리뿐 아니라 백색소음이나 불협화음 같은 소리도 똑같이 통증을 줄여주는 데 효과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소리의 종류보다는 소리의 강도가 중요했습니다. 50dB 정도의 소리에서 통증이 잘 줄어들었고 60dB을 넘어서면 통증 감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소리가 커질수록 통증에 더 민감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50dB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정도의 소리 크기입니다. 조용한 사무실이나 이동식 에어컨에서 나는 소음 크기가 50dB 정도입니다. 60dB은 시장이나 백화점에서 들리는 소음 정도 크기입니다. 요즘은 소음 측정 앱도 있으니 한 번 측정해보셔도 괜찮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아프다고 스테로이드나 소염진통제를 무작정 먹기보다는 음악을 들으시거나 찜질을 하는 등 다른 방법으로 통증을 조절해 보시고, 어려우시면 한의원에 내원하셔서 치료받게 되면 장기적으로 통증이 만성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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