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황룡농협, 하나로마트 설립 진통

27억 소요예산 53억으로 불어나

사업 설계 미숙 드러나는 가운데

조합원 일각선 날선 비판 제기도

  • 입력 2022.08.14 18:0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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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전남 장성 황룡농협(조합장 정창옥)의 하나로마트 설립 과정이 구설에 올랐다. 조합장과 임직원의 능숙하지 못한 일처리로 소요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하나로마트 대형 매장 설립은 황룡농협의 숙원사업이었다. 2005년 동화농협과 합병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마트라곤 슈퍼마켓 규모의 작은 매장 2개뿐, 수익성 경제사업은 2008년 개장한 주유소 하나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다. 농협의 존재가치인 경제사업 실적 확대를 위해선 대규모 마트 구비가 절실했고 마침내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사업은 초반부터 순탄치 않았다. 마트 설립 적지로 꼽혔던 황룡시장 인근 부지를 상인들의 반대로 포기한 뒤, 진입로조차 온전치 않은 국도변 2층 상가 부지를 건물과 함께 매입하게 됐다. 매매가는 18억9,500만원이다.

비교적 교통량이 많은 도로변이라 기대가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진입로 확보를 위해 복잡한 절차와 추가 예산을 들여야 할 상황이 됐다. 더욱이 마트 운영에 필수적인 저온창고·주차장 등의 요소가 사업 계획 단계에서 고려되지 않은 탓에 필요 예산은 더욱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 결국 황룡농협은 대의원회를 열어 당초 27억원(부지·건물 준비비용 20억원 제외)이었던 사업 예산을 53억원으로 늘려 승인받기에 이른다.

황룡농협 조합원 A씨와 B씨는 “마트를 열겠다면서 창고는 고사하고 물류용 탑차 한 대까지 계획에서 누락해 전부 추경으로 다시 세웠다. 이런 사업 추진이 세상에 어디 있나”라며 “분식회계(사업비 과소책정)의 의도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황룡농협 하나로마트 입주가 예정된 건물. 로컬푸드직매장을 포함한 매장으로 계획돼 있다.
황룡농협 하나로마트 입주가 예정된 건물. 로컬푸드직매장을 포함한 매장으로 계획돼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지난해 10월 토지·건물 매매계약 당시 기존 세입자 정리 책임을 매입자인 황룡농협이 떠안기로 했고, 이에 한동안 황룡농협-세입자 간 갈등이 촉발됐다. 결국 세입자 점포 8개를 이전시키는 데 1억3,500만원이 들었고 이 중 4개는 농자재창고 등 황룡농협 소유 건물을 임대해주기로 했다.

특히 축산물 정형·유통업체인 한 세입자 점포는 황룡농협 대봉시 가공사업장 일부(100평 중 40평)를 할애해 이전시켰는데, 업체 특성에 맞춰 건물을 개조·인테리어해주는 데 별도 비용 1억9,000만원이 들기도 했다. 금액을 떠나 조합의 경제사업장이 축소된 데 대한 비판 여론도 적지 않지만, 황룡농협 측은 “어차피 유휴 면적이었다”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복수 증언에 따르면 사업 추진 과정 일부에서 이사진의 질타성 지적도 나왔으며, 그렇다면 논란의 발단은 조합장과 담당 직원들의 안일한 사업 추진으로 보인다. 사업 자체는 필요성이 크지만 황룡농협 하나로마트엔 앞으로도 오랫동안 논란이 따라붙을 가능성이 크다.

황룡농협 측은 결과적으로는 사업이 무난하게 진행 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정창옥 조합장은 “농협중앙회도 사업 계획을 잘 했다고 승인을 해줬고 내부적으로도 이사회·대의원회를 거쳐 문제없이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기존 세입자들 역시 농협 유휴 공간을 임대해줘 우리가 월 800만~900만원의 임대수익을 낼 수 있도록 잘 정리했다”며 “사업 예산을 여유있게 53억원으로 책정했지만 43억원 수준에서 끝낼 것이며 재정적 여유도 충분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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