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러운 농식품부 업무보고

  • 입력 2022.08.14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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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은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첫 업무보고라 농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국정과제를 발표했으나 농업 분야는 3쪽에 불과해 윤석열정부의 농정방향을 자세히 파악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지금 농민들은 농자재값 폭등과 쌀값 폭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안에 대해 정부가 어떤 대책을 준비하는지 농림축산식품부의 대통령실 업무보고에 관심과 기대가 컸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이 농정에 대해 어떠한 이야기를 할지도 관심이 집중됐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하반기 농식품 물가 안정, 외부충격에도 굳건한 식량주권 확보, 농업의 미래 성장산업화, 쾌적하고 매력적인 농촌 공간 조성, 반려동물 생명 보장과 동물보호 문화 확산’ 등 5가지 핵심 추진과제와 규제 혁신 방안을 보고했다.

정황근 장관의 업무보고 이후 윤석열 대통령 역시 추석 물가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황근 장관은 추석 물가 관리 대책으로 국내 공급과 해외수입을 확대하여 서민·농민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보고했다. 정부비축 물량을 풀고, TRQ 물량 조기 수입과 수입 확대로 농축산물의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농민부담이 가중되는데 어떻게 완화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에 따른 농민들의 영농의욕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관측정보 제고, 인력지원, 농자재 지원, 사료비 등 생산비 경감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새로운 생산비 지원대책은 없고, 이미 시행하는 비료값, 사료값 지원을 나열하며 생색을 내고 있다. 작금의 비료값, 사료값을 비롯한 각종 농자재값의 폭등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 할 수 있다. 장기적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책은 없이 무작정 농산물 가격만 통제하겠다는 것인가. 이는 오늘의 물가 위기를 농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농민들은 당장 생산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외부충격에도 굳건한 식량주권’을 어떻게 확보하겠다는 것인가. 더구나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 폭락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식량주권의 보루인 쌀이 박근혜 정권 이후 또다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 것이다. 아울러 우려되는 것은 규제 완화라는 이름으로 농지에 대한 규제를 풀려고 한다는 것이다. 식량주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농지보전이 절실하다. 매년 전체 경지면적의 1%에 달하는 농지가 전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농지규제를 강화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농지규제를 풀겠다고 한다. 식량주권과 농지규제 완화가 과연 양립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밀·콩 자급률 제고를 위해 전략작물 직불제 도입, 청년농민 육성 등 의미 있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물가 폭등으로 인한 영농비 급증 문제, 쌀값 문제 등 발등의 불을 끄는 문제가 더 심각하고 시급하다. 생산비 절감, 농산물 가격 보장은 어느 정부에서나 농정의 최대 과제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에 대한 답을 만드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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