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운동’이 희망입니다

  • 입력 2008.09.30 18:11
  • 기자명 강광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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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광석 강진군농민회 부회장
요즘 농민들을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다. ‘해먹을 농사가 없다’는 것이다.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농사를 지은 지 10년이 됐고 안 해본 것 말고는 다 해보았는데 이제는 정말 해 먹을 농사가 없다. 하우스에 심은 오이가 올 3월에 3천원 했다.

자율폐기하라고 해서 자율폐기 했다. 10kg 한 상자에 3천원 받았다. 10kg에 오이가 평균 50개가 들어간다. 오이 하나에 100원도 안 되는 가격이다. 마트에서는 3개에 2천원에 팔릴 때 말이다. 그 오이가 작년 겨울에 한 드럼에 26만원짜리 기름을 먹고 자란 애물단지다.

26만원짜리 기름먹고 자란 오이

장미에서 고추로 고추에서 오이로, 방울토마토에서 딸기로 이제는 감자로 몰려다닌다. 비용이 덜 들어가는 작물로 몰려다니고 다 같이 떼죽음 당하는 형국이다. 소 키우는 사람들은 요즘 하는 일이 뻔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 베는 일이 하루 일과다.

사료 값을 감당할 수 없으니 20세기로 돌아가야 한다. 수정도 스스로 한다. 작년에 7천원 하던 사료값이 1만2천원으로 올랐다. 소 한 마리가 한달에 평균 10만원은 사료로 먹는다. 100마리를 키우면 일년에 1천2백만원이 사료값이다. 송아지 가격이 1백20만원 정도 한다.

송아지 팔아서 사료먹이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추석때 1kg에 7천원 하던 고기를 마트에서는 1만5천원에 팔았다. 소비자들은 세계에서 우리나라 쇠고기가 자장 비싸다고 아우성이고 농민들은 생산비도 건지지 못한다고 아우성이다. 무언가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소 사육 적정두수가 1백80만두라고 한다. 국민 1인당 평균 육류소비량을 근거로 한 것이다. 현재 소 사육두수가 2백30만두를 넘었다. 열 받으면 터지는 폭탄이 있다고 치자. 축산농가들 혈압이 급상승하고 있다. 폭탄이 터지면 아주 크게 터질 것이다.

비료폭탄은 이미 터졌다. 5천8백원 하던 복합비료가 9천8백원으로, 1만2천원으로 급기야 2만2천원으로 올랐다. 불과 2년 반만의 일이다. 내년에는 적어도 현시세의 30%는 오른다고 한다. 지역 농협소식지에 친절하게도 복합비료가 3만6천2백으로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한다.

비료값 3만원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비료괴담이 현실이 되고 있다. 2004년 마지막 수매값 특등가격이 6만원이었다. 그때는 나락 한가마를 팔면 복합 10가마를 살 수 있었다. 지금은 나락 한가마를 팔면 복합 두 가마에 담배 한갑 사면 그만이다.

경운기로 실어 나른던 비료를 이제는 오토바이로 실어 나른다. 농민들 삶이 참으로 심플해졌다. 아무리 기동력이 생존전략이라지만 이건 해도 너무한다. 강진 칠량면은 이장단 회의를 통해 기계영농비를 2-4-4(한마지기 200평기준)로 일괄 정리했다.

이앙비 2만원. 논고르기 4만원. 콤바인 4만원이다. 작년보다 25% 상승했다. 농약값은 2년 사이 30%정도 올랐다. 거의 전량 수입품에 의존하는 농약은 올겨울을 거치면 최소 30%는 상승한다고 농약상인들이 떠들고 다닌다.

전농은 쌀 생산비가 15% 올랐다고 발표했고 마치 짜기라고 한 것처럼 농식품부는 딱 그 절반 7.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작년보다 나락값이 7.5%는 오를 수 있을까? 정부는 정부의 명운을 걸고 쌀 가격을 잡을 것이다. 시장물량을 늘리기 위해 공공비축미를 축소하고, 내년 수입될 의무수입물량을 조기 방출하고 농협과 유통업자들을 협박해 시장가격을 조절할 것이다.

MB물가 중점관리 품목 1번이 쌀이고 그것도 부족해 추석물가 중점관리 품목 1번이 쌀이다. 비료폭탄 사료폭탄 기름폭탄에 농민이 다 죽었고 농촌이 쑥대밭이 되고 있다. 죽이고 확인사살하고 부관참시하는 꼴이다. 2015년부터는 쌀이 전면 개방된다.

2013년부터는 보리수매도 없어진다. 2014년부터는 조세특례제한법에 명시된 농업용 면세유 지원제도가 없어진다. 당장 내년 7월부터 생산되는 농업용 온풍난방기에 경유 배정을 폐지했다. 농업해체의 마지막 단계가 농지훼손이다. 해년마다 농지가 줄고 있다.

20년만에 우리 농지 25%가 사라졌다. 농지전용 규제가 완화되면 이 경향은 더 심해질 것이다. 농민들은 고령화되고 그나마 버티고 있는 젊은이들은 희망을 잃고 있다. 요즘 농촌에 젊은이들은 멀티플레이어가 되었다. 농사짓고 나무장사하고 일당벌이 노가다에 벌초 대행사업에 택시기사까지 한다.

희망 잃고 버티는 젊은 농민들

젊은 아낙들은 보험을 하고 학교급식소에 취직하고 노인요양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주경야독하고 있다. 농지가 사라지는 농촌, 농민이 없어지는 농촌, 종자, 농기계, 농약 등 모든 농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예속 농법의 완결판이 되어 가는 농촌에 희망은 있는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농민으로 살면서 농업을 통해 생활을 하고 삶을 꾸리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농민운동이 희망입니다’라고 나는 감히 말한다. 강진은 올 여름부터 지금까지 마을좌담회를 하고 있다. 그렇게 말하면 몇 몇 농민은 크게 뜨악한 표정을 짓고 몇 몇 분은 조금 고개를 끄떡이기도 한다.

가을가뭄이 심하다. ‘목마른 자, 농민속으로 뛰어 들어 갈지니 마르지 않는 지혜의 샘이 거기 있노라’ 필자가 한 말이 아니고 그렇게 해서 성공한 선배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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