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따라 생활건강] 여름에 한약 먹으면 땀으로 다 빠져 효과 없다는데

  • 입력 2022.08.07 18:00
  • 기자명 허영태(포항 오천읍 허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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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허영태(포항 허한의원 원장)

올여름 더위는 평년기온보다 더 높을 확률이 50%라고 합니다.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해마다 여름 기온이 더 올라가니 찜통더위에 땀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질병이 줄어드는 것도 아닙니다. 코로나는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고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의료기술이 발달해 평균수명은 늘어났지만 질병은 끝도 없고, 따라서 먹어야 할 약들도 늘어만 가는 추세입니다.

질병도 늘어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약에 대한 수요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약의 경우 간혹 “여름에 먹으면 땀으로 다 빠져나가 효과가 없다는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전혀 근거가 없는 얘기입니다. 우선 땀 성분은 99%가 물이고 나머지는 소금과 젖산, 포도당입니다. 땀을 흘리는 시간에 따라 배출되는 성분이 추가될 수는 있으나 어떤 것을 먹느냐에 따라 배출되는 땀 성분이 변화하지 않습니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먹고 땀을 흘린다고 약효의 차이는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속적인 운동 후 40~50분이 지나서 흘리는 땀에는 카드뮴, 납 등 중금속 성분이 빠져나가 몸에 이롭기도 합니다. 물론 더 심하게 땀을 흘리게 되면 나트륨이나 칼슘, 마그네슘 등의 이온 성분이 함께 빠져나가 체내 전해질 균형이 깨집니다. 이러면 손발이 저리거나 근육경직, 심하면 의식이 혼미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해야 하며 이후 필요하다면 오히려 한약 처방이라도 해야 합니다.

그러면 “보약은 먹어봐야 여름철 땀 흘리면 효과가 별로다”라는 말이 나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약이라는 것 자체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보니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속설들이 덧붙여질 때가 많습니다. 한약과 땀에 대한 내용도 그중 하나입니다. 즉 과학이 덜 발달했던 당시 ‘그렇지 않을까’라고 추정해서 생겨난 생각들이 그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한약에 있는 보약개념 때문입니다. 제가 주장하는 것 중 하나가 한약의 경우 보약과 치료약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내 몸을 잘 치료하는 약이 바로 보약입니다. 녹용 등 비싼 약재를 넣어야만 보약이 아닙니다. 이렇게 한약 중에 먹어놓으면 당장 효과는 모르겠는데 나중에는 좋아지겠지 싶은 보약의 개념이 있다 보니, 실컷 비싼 돈 주고 먹어놓은 것이 땀으로 다 빠져나가는 것 아닌가 싶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린다고 평소 먹던 고혈압약, 당뇨약을 먹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땀을 많이 흘린다고 약 성분이 빠져나가 효과가 떨어질 리는 없습니다. 한약, 양약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약의 효과가 땀에 의해 반감될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니 약 복용에 계절을 고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약이든 양약이든 필요하면 먹고 필요 없으면 먹지 않는 것입니다. 병이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아오니 약도 계절에 상관없이 써야 할 때 써야 합니다. 여름철은 수분, 체액, 영양분이 부족해질 수 있는 계절입니다. 오히려 이런 점을 고려해 처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운 여름 가급적이면 질병에 걸리지 않고 약을 먹을 일이 없으면 좋습니다. 그러려면 평소 건강관리가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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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한약 ##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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