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이 시대 농민들은 농업·농촌에 도무지 관심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은 농촌 현실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무감각하고, 농민들의 목소리도 딱 그만큼 배제되고 외면당한다.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다. 생산량은 줄어들고 물가는 폭등하지만 농가소득이 줄었다는 얘기는 없다. 농민들의 생산 원가는 두 배씩 급등하고 있는데 소비자물가동향만 중요하고, 농산물 유통·경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폭리는 생략된다.
이런 언론들을 의식한 탓인지, ‘수급 및 물가안정’을 위해 정부가 6월부터 야심차게 운영해온 농식품 수급상황실이 매일같이 열심히 회의해서 내놓은 정책은 다름 아닌 ‘수입물량 확대’였다. ‘전방위적 밥상 물가안정’을 위해 TRQ 도입을 결정했다는 보도자료를 참담하게 들여다본다.
농식품부는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던 그 다음 주에 바로 마늘 TRQ 공고를 게시했다. “마늘맨크롬 난리 나면 우째…” 서안동공판장에 고추를 팔러 나온 80대 노부부가 출하의 기쁨을 만끽하지도 못하고 내뱉은 말이다. TRQ 도입 이후 마늘 가격이 떨어지자 올해 수확량이 못내 아쉬웠던 고추도 곧 수입물량이 들어오지 않겠냐는, 부부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한 마디였다.
산지 공판장에 갈 때마다 농민들은 열변을 토하며 유통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험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지면에 다 담지 못하는 게 아쉬울 정도다. “우리는 싸게 파는데 소비자들은 비싸게 산다”는 농민들의 하소연은 유통구조의 문제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농식품부는 그 말이 들리지 않는 만큼 높은 곳에 있는 것 같다.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유통구조를 만들어보겠다며 나선 지자체에게 되레 압박을 가하는 주무부처의 작태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농민들에겐 야속한 농식품부가 가락시장을 주무르고 있는 도매법인들에게는 왜 이토록 관대한 건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