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어든 후원·치솟는 물가 … 위기의 무료급식소 “정부·지자체 지원 필요”

  • 입력 2022.07.24 18:00
  • 기자명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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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지난 20일 서울 명동성당 내 위치한 무료급식소 ‘명동밥집’.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진 좌석에 노숙인들이 한 명씩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명동성당 내 위치한 무료급식소 ‘명동밥집’.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진 좌석에 노숙인들이 한 명씩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시 명동성당 내 옛 계성여고 운동장에 설치된 대형 천막에서 운영되는 ‘명동밥집’에는 이른 점심을 먹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진 44개 좌석 모두 개장 시간인 11시가 되자마자 가득 찼다. 식사를 마치고 자리를 비우면 곧바로 대기자들로 채워졌다.

명동밥집은 한마음한몸운동본부에서 운영하는 노숙인을 위한 무료급식소다. 지난해 1월 6일 작은 천막을 설치해 도시락을 나눠준 것이 시작이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그해 5월 5일부터는 대형 천막에서 현장 배식을 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주중에는 하루 평균 650여명, 일요일에는 750여명이 찾는다.

이날 식사 메뉴는 흰밥, 비엔나 소시지 야채볶음, 잡채, 김치, 우거지 배추 된장국. 자원봉사자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으면 음식이 담긴 식판을 가져다준다. 추가로 필요한 반찬이 있으면 손을 들면 된다. 1년째 명동밥집을 찾고 있다는 A씨는 “코로나19 상황이지만 관리를 너무 깨끗하게 하고 보시는 것처럼 예방을 잘 하고 있어서 너무 잘 먹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밀가루와 식용유 등 식자재 가격은 날로 상승하는데, 후원은 줄어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백광진 한마음한몸운동본부 명동밥집 센터장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식량을 자급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특히 밀은 얼마 생산되지도 않는데 밀 기반 식자재 가격이 오르니 비용 부담이 크다. 식용유 가격도 2배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반면 후원금은 급격하게 줄었다. 백광진 센터장은 “지난 4~5월에는 후원금이 기존 대비 약 50% 줄었는데, 6월에는 거기에 30% 정도 더 줄었다”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백 센터장은 “한 달 식사 준비 비용으로 3,000여만원이 든다”며 “그나마 후원자분들이 쌀을 많이 후원해 주셔서 당장 밥은 걱정 안 되지만, 이것도 다 떨어지면 쌀도 구매해야 하니 그만큼 부식비가 줄어 메뉴 선정에 고민을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마음한몸운동본부 관계자는 “명동밥집 외에도 여러 무료급식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규모는 작지만 이미 오랫동안 배고픈 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급식소들에게도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봉석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은 “긴급 생계지원금을 지자체가 지원하듯이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해서 쌀이나 부식을 무료급식소들에 지원을 해주면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에 소외된 서민들이 하루에 한 끼를 갖고 버티는 그런 상황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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