햅쌀 가격이 우려된다

  • 입력 2022.07.24 18:00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음달 중순 이후면 조생종 햅쌀이 나온다. 추석을 앞두고 본격적인 햅쌀 수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민들의 시름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45년 만에 최고의 내림세를 보이는 쌀값 때문이다.

지난해 수확기 이후 쌀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5일 80kg 한 가마에 22만7,212원 하던 쌀값이 9개월 후인 지난 15일에는 17만7,660원으로 21.8% 하락했다. 그동안 정부에서는 2차례에 걸쳐 27만톤을 시장격리했다. 그러나 시장격리가 쌀값 하락을 막지 못했다. 이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양곡관리법상 시장격리 요건이 충족됐지만, 정부는 시장격리 여부조차 밝히지 않았다. 뒤늦게 쌀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자 등 떠밀려 시장격리를 했다. 그런데 시장격리 방식이 ‘최저가 입찰 역공매’로 쌀값을 지지하기는커녕 쌀값 하락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결국 쌀 시장격리는 실패했다. 두 차례의 시장격리에도 불구하고 쌀값 하락이 지속되자 정부는 지난 19일부터 3차 시장격리를 시작했다. 그러나 3차 시장격리를 한다 해도 쌀값 하락을 막을 것이라고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시기가 너무 늦었고 입찰방식 역시 실패한 최저가 입찰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쌀값 하락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드는 이유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사정에서 물가 관리 차원에서 쌀값 하락을 유도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격리를 시행하면서 내부적으로 목표한 가격이 있었을 것이다. 두 차례의 시장격리에도 수확기 대비 20% 이상 하락한 것을 봤을 때 쌀값 하락을 유도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정부가 목표하는 쌀값이 얼마인지 밝혀야 한다. 아울러 올해 햅쌀 가격은 어떻게 할 것인지 정부의 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지금의 추세라면 햅쌀 특수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양곡정책의 실패로 농민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모든 농자재값은 급등했다. 비료·기름·농기계·인건비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다. 생산비는 급등하고 있는데 쌀값은 폭락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 곡물가는 급등한 상황이고 세계는 지금 식량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주식인 쌀값의 폭락을 걱정하는 지경이다. 그야말로 쌀 자급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 위기 속에서도 주식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농민들에게 보상하지는 못할망정 고통을 전가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언론에서는 쌀값 하락을 생산과잉 문제로 왜곡하고 있다. 본질은 쌀 수입에 있다. 쌀을 자급하는데도 불구하고 매년 신곡 수요량의 10%가 넘는 41만톤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 대신 정부는 일정한 제도로 쌀값을 지지해왔다. 이는 쌀 개방을 하면서 정부가 농민들에게 약속한 대책이다. 그런데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오늘의 쌀값 폭락 사태를 만든 것이다.

햅쌀 수확이 임박해지고 있다. 정부는 즉시 쌀값 회복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단의 대책이 아니고서는 쌀값 반등은 또 실패하고 만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