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농민의 목소리

  • 입력 2022.07.24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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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공약집에 ‘제왕적 대통령’이 궁궐식 청와대 구조의 산물이라며 청와대를 해체한 뒤 대통령실을 광화문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권력자의 ‘폐쇄적 공간’이라는 청와대는 국민에게 개방됐지만, 새 대통령실은 결국 청와대만큼이나 철옹성 같은 용산 국방부 자리에 들어섰다. ‘소통’을 내세운 대통령실 이전이 무속인의 입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지난 12일 전국 농민 약 5,000여명이 집결한 가운데 서울역 앞에서 ‘농어업홀대 윤석열정부 규탄! 농어민생존권 쟁취! CPTPP 가입저지!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그에 앞서 용산 대통령집무실 인근에선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주관의 ‘영농자재 인상분 전액지원, 쌀값 문제 해결 촉구 기자회견’도 개최됐다. 따갑게 매서운 햇빛이 연신 내리꽂혔지만 농민들은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 내리며 구호를 외치고, 주먹을 추켜올린 채 윤석열정부에 대한 규탄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기자회견을 취재한 뒤 전농 광주전남연맹 버스를 얻어 타고 서울역 앞 대회장으로 향했다. 버스에 자리를 잡았을 무렵 옆자리에 앉은 어머님께서 조심스레 입을 떼셨다.

“대통령실은 기자회견 한 곳에서 아주 멀죠? 경찰한테 물어보니 집무실은 저 안 쪽 깊숙이에 있다던데.”

모내기 마치고 이제 좀 숨 돌릴 찰나, 새벽밥조차 챙겨 먹지 못한 채 서울에 올라온 만큼 기자회견에서 외친 구호들이 과연 대통령 귀에 들어갈까 궁금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국방부 깊숙한 곳에 있는 대통령실까지 농민들의 목소리가 닿았을 거라고는 감히 확언할 수 없었다.

법률이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제때, 적합한 방식으로 쌀 시장격리를 추진하지 않아 쌀값이 폭락에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 세계가 식량자급을 외치는 시기에 오직 물가 안정만 우선시하며 농산물 수입량을 늘리려 하고 있다. 또한 다른 산업 분야의 미약한 이익만을 우선시하며 수입 농산물 추가 개방을 부르짖고 있다. 반면 농번기 면세유 가격이 두 배 넘게 치솟았음에도, 관계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대책 마련에 내내 손을 놓고 있다.

결국 농민들은 지난 12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여 소리 높여 농업이 처한 현실과 현 정부의 무능함을 토로했다. 계속된 지지율 하락에도 “지지율은 의미가 없고, 국민만 생각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귀에 지난 12일 농민들의 목소리가 전해졌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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