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 간척지 염해 심각 … 원인은 ‘바닷물 유입’?

농민들 “배수갑문 관리 안 한 지사 탓”

농어촌공사 “강수량 부족이 직접 원인”

  • 입력 2022.07.24 18:00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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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18일 전남 영광군 백수읍 하사리 일원의 간척지 논에 나타난 염해에 대해 농민 김홍연(68)씨가 설명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어촌공사의 배수갑문 관리 잘못으로 인한 짠물 유입이 염해의 원인이라 지목했다.
지난 18일 전남 영광군 백수읍 하사리 일원의 간척지 논에 나타난 염해에 대해 농민 김홍연(68)씨가 설명하고 있다. 농민들은 농어촌공사의 배수갑문 관리 잘못으로 인한 짠물 유입이 염해의 원인이라 지목했다.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읍 하사리 일원의 간척지에 염해가 극심하다. 현재 대부분의 논에서 생육 장해가 관찰되고 있으며, 2·3차 거듭된 파종에도 불구하고 모 상당수가 고사해 한 해 농사를 아예 포기한 농민도 적지 않다. 현장 농민들은 이번 염해의 원인으로 한국농어촌공사 영광지사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 18일 만난 농민 김홍연(68)씨는 “40년 가까이 이곳에서 농사짓고 있지만, 이 정도로 염해가 심한 적은 처음이다. 모내기 이후 짠물이 지속적으로 공급돼 농민 대부분이 두 번 이상 모를 냈는데, 지금도 생육이 좋지 않아 수확량이 평년의 3분의 1 수준도 안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이전에도 간혹 바닷물이 유입되곤 했지만, 올해는 유독 배수갑문 사이에 흙이 가득 차 문이 제대로 닫히질 않았다. 그 사이에 바닷물이 쏟아져 들어와 이 사달이 났는데 농어촌공사에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농민 양동식(68)씨와 장종대(68)씨는 “올해 유독 비가 적어 가물은 탓도 있겠지만, 대조기 때마다 달에 두 번씩 바닷물이 그냥 들어왔다. 물이 얼마나 짰는지, 오죽하면 올해 농민들이 전부 염도계를 구입할 정도였다”라며 “농어촌공사에서는 잘못이 없다고 잡아떼며 농작물재해보험으로 알아서 해결하라는 얘기만 하고 있다. 이곳 간척지는 상습 염해지역인데도 불구하고, 공사에선 예산이 부족하다는 핑계를 대며 농민들의 피해를 매년 모른 체하고만 있다. 농어촌공사 직원들은 자기네 월급만 제때 받으면 농민들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건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질 않는다”고 힘줘 말했다.

반면 농어촌공사 영광지사에서는 “배수갑문을 통해 바닷물이 유입되지 않았다. 배수갑문이 노후화돼 예전부터 새는 부분이 있긴 했으나 농민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바닷물이 콸콸 들어온 적은 없다”라며 “하사리 염해는 5~6월 내내 비다운 비 한 번 내리지 않은 극심한 가뭄 탓이 크다. 해당 간척지에 물을 공급하는 불갑저수지의 저수율이 37%에 불과할 정도로 용수가 풍족하지 않아 필요로 하는 만큼 물을 공급하지 못해서 그렇다. 다만 영농기 이후에는 농민들 요구에 따라 배수갑문 암거박스 내부의 벌흙을 제거할 예정이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농민들은 “농어촌공사는 농업용수를 관리하는 기관임에도 용수관리 잘못으로 발생한 피해에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늘 점검하고 수리하겠다는 대답만 되풀이하며 그 순간을 모면하기 급급하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얼마 전 군수와 군의원, 도의원까지 다녀갔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문이 샌다고 수없이 얘기했음에도 농민들 말을 귀담아듣지 않고, 다른 사업 다 하면서도 연일 예산 핑계를 댄 까닭에 농민들은 당장 올해 농사를 전부 망쳤다”라며 “농민들도 참을 만큼 참았다. 이번 피해에 대해 농어촌공사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소송도 불사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행 농업재해대책법상 염해는 ‘재해’에 해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피해에 대한 복구비 지원 등의 보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관련해 농어촌공사 영광지사에선 영광군이 피해를 조사할 예정이라 답했으나, 영광군은 조사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염해에 대한 구체적 지침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까닭에 관련 기관 모두 책임 미루기에 급급한 실정으로 파악된다. 배수갑문 노후화로 인한 바닷물 유입 가능성이 전무하지 않은 만큼 관리기관인 농어촌공사 차원의 피해 원인 규명과 앞으로의 대처에 농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농민들은 농어촌공사 영광지사의 관리 부실로 배수갑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짠물이 유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현장 농민이 직접 촬영한 6월 무렵의 배수갑문 모습.
농민들은 농어촌공사 영광지사의 관리 부실로 배수갑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짠물이 유입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현장 농민이 직접 촬영한 6월 무렵의 배수갑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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