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정부의 마늘 1만톤 저율관세할당(TRQ) 수입 발표 일정이 공개되면서 국내 최대 마늘 공판장인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중도매인들이 경매를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TRQ 물량이 들어오면 국내 마늘 가격이 하락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지난 21일 창녕·합천군은 정부 발표 예정에 따라 관내공판장의 마늘경매가 지연 또는 연기될 수 있다고 공지했다. 현장 증언에 따르면 이날 오후에 TRQ가 공고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산지 중도매인들이 경매를 못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매주 평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마늘 경매는 현재 일단락된 상태로, 산지와 농민들은 갑자기 경매가 중단되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경매 도중 경락가가 낮아서 농민들이 경매를 중단시킨 적은 있었으나 중도매인들이 나서서 경매를 거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 관계자는 “정부에서 TRQ 물량을 발표한다고 해 중매인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수입마늘이 유통되면 지금까지보다 경매단가가 많이 떨어질 것 같아서 (중도매인들이) 회의 중에 연기하기로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경매가 언제 다시 개시될지는 현재까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김창수 전국마늘생산자협회장은 “정부가 작년에 일방적으로 TRQ를 운용했다고 인정하면서 이후에는 생산자단체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약속을 어기고 생산자단체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TRQ를 추진하려고 해서 ‘공판장 경매 거부’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며 “이는 정부·농민단체·농협 간 소통하며 수급조절 체계를 만들어온 의무자조금의 역할까지 훼손하는 행위다. 생산자협회는 모든 책임을 정부에게 물을 것이다. 공판장 경매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출하되지 못한 농가 마늘은 정부가 분명히 책임져야 할 것이다”고 강하게 추궁했다.
한편 지난 1일 초매식에서 형성된 햇마늘 가격은 5,395원(kg)으로, 농민들의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그 후로 마늘 가격은 지속적으로 떨어져 현재 5,10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농민들은 TRQ 운용이 마늘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과 맞지 않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