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칼럼] 계속되는 싸움

  • 입력 2022.07.17 18:00
  • 기자명 채호진(제주 서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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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호진(제주 서귀포)
채호진(제주 서귀포)

어느 농촌이든지 푸르름은 가득해 있다. 다들 알다시피 제주도도 그 푸르름을 가득 먹고 있는 곳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동네도 그러하다. 성산일출봉과 각종 오름이 아기자기 솟아 있고 그 밑에 투박하지만 어떤 예술가가 쌓아놓은 것 같은 밭담들로 경계가 이루어진 밭들의 전경은 그 정취를 극대로 끌어올려 준다. 이 자연 속에 농업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고 농민 또한 같이하고 있다.

이곳의 농민들은 단지 농업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삶을 영위하기 위해 척박한 땅을 일구면서도 바다로도 나간다. 어부로 해녀로. 이렇게 과거부터 지금까지 성산이란 마을은 만들어져 왔다.

그런데 이 마을은 어느 한순간 붕괴 위기에 놓였다. 2015년 11월 제주 제2공항 예정지 발표. 바로 이 발표 이후 성산이란 공동체는 붕괴 위기에 놓였다. 말로만 듣던 농업·농촌·농민의 붕괴.

관광객을 더 받기 위해 현 공항을 확장하는 게 아니라 공항을 하나 더 짓겠다는 것이다. 152만평의 부지에 성산읍 마을 네 곳이 포함되어 있다. 그 마을들은 500년에서 1,000년이 된 마을들이다. 척박한 땅에 그 옛날 조상들은 정말 많은 고생을 하며 마을을 만들었을 것이다. 다른 지방의 농촌과 다름없이 마을이 잘 정돈되어 있고 서로가 활기찬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는 곳들이다. 마을 인구는 꾸준히 늘어가고 있고 지금은 타지의 사람들도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귀농해 와서 사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어느 지역보다도 마을 주민들의 유대감은 아주 돈독하다 할 수 있다. 그리고 주민들 대부분은 농민들이다. 농업으로 시작된 설촌이 아직까지 농업으로 행복하게 영위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마을이 공항 예정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예정지 안에는 52만평의 농지 또한 포함돼 있다. 이 농지는 그 지역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 토지이며 더 나아가 농지가 부족한 제주도 상황에서 임차농들이 임차를 해서 농사를 짓는 터전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항이 들어온다면 사라져야 할 농지이다. 만약에 공항이 들어선다면 이 지역 농민들은 많은 것을 잃을 것이다. 삶의 터전, 삶의 방법, 그리고 같이 삶을 이어온 마을 공동체. 이 모든 것을 한순간에 빼앗길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끝나지 않는다. 제주도는 농지가격이 엄청 상승하여 많은 농민들이 농지를 살 엄두는 내지도 못하고 대부분이 임차하여 농업을 하고 있다. 농지가 52만평이나 사라진다면 농지 임차료는 더 상승할 것이고 이곳 농민들은 더 힘든 농업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싸움이 벌써 7년째다. 도민 여론조사 결과 제2공항 반대가 더 우세했으면서도 도지사는 도민의 결정을 뒤집었고 그 도지사는 지금 국토교통부 장관이란 높은 자리에 앉아 다시 이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제주 제2공항을 조속히 건설한다고 공약을 하였고 지난 6.1 지방선거에서도 각 후보의 최대 이슈가 제주 제2공항을 추진하느냐 마느냐였다. 선거가 끝난 후에는 다시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과연 농촌의 삶까지 완전히 빼앗아가면서까지 공항이 추가로 필요한가? 필자나 농민들이나 주민들이나 필요성을 못 느낀다. 반대로 제주가 살아나려면 농촌을 살려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7년째 싸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도 사람이 사는 곳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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