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농산물 생산연도 표기 주문에 농민들 “왜?”

  • 입력 2022.07.17 18:00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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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지난 1일부터 박스포장하는 신선농산물의 생산연도 표기가 의무화되면서 산지가 혼란을 겪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 식약처)의 방침에 따라 앞으로 불투명한 박스에 농산물을 포장한 경우 반드시 생산년도(혹은 생산연월일·포장일자 중 선택)를 표시해야 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투명포장의 경우 내용물의 상태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나, 불투명한 박스에 포장된 경우에는 내용물의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날짜를 표시해야 한다”며 “다만 박스 상단부·측면 구멍을 통해 내용물의 상태가 확인이 가능하면 날짜표시를 생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쟁점이 됐던 것은 식약처가「식품 등의 표시 기준(고시)」에서 ‘비닐 등과 같은 투명포장한 농산물에는 생산연도 표기를 생략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을 삭제하면서 농산물을 비닐로 포장한 경우에도 생산연도를 표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농업계의 대대적인 반발로 고시가 재개정되면서 원상 복귀된 바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생산자단체·농협·소비자단체가 다같이 회의하고 작년부터 식약처와 협의한 결과 최종적으로 투명포장에 표기하는 문제는 원래대로 되돌렸다”며 “불투명포장에 대해선 연도별로 구분·보관하기 힘들 수가 있어, 개정하면서 생산연도 또는 생산연월일 또는 포장일 중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주무부처 등은 그동안 관련 내용에 대해 계속해서 홍보를 진행해왔으며, 식약처는 6개월간의 계도기간을 두고 이달 1일부터 생산연도 표시를 실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산지에서는 의아해하고 있다.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은 전혀 모르고 있고, 농협에도 시행날짜 닥쳐서 공고가 내려와 직원들이 급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증언이다.

채호진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밀감을 수확하면 2022년산과 2023년산이 있을 텐데 생산연도를 표기하면 (2022년산이) 공판장에서 폐기처분될 확률이 크다. 무·브로콜리처럼 저장했다가 나가는 농산물의 경우 생산연월일을 표기하면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저장을 아예 하지 말라는 말이다. 포장일자는 더욱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제주도에서 감귤·무 농사를 짓는 고권섭씨는 “작년도 박스가 많이 남아있어 새로 작업해야 하겠지만 꼭 필요하다면 할 수는 있다”면서도 “과일을 포함해 농산물을 2년씩 뒀다 파는 일은 없다. 1년짜리 농산물도 안 팔리는데 밭에 2년 뒀다 출하하는 사람이 어딨겠나. 보통 100일 안에 출하가 끝나는데 왜 표시하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만든 정책 같다”고 답답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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