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쑥날쑥’ 경매 시세 … 농산물 제값 받을 길 요원

도매시장서 같은 날 같은 품목

3천원대에서 1만7천원대까지

안정적인 농가수취가격 절실

  • 입력 2022.07.17 18:00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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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들쑥날쑥한 경매 시세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농민들의 현실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2019년 초 전남지역 대파 재배농민들이 kg당 도매가격이 1,000원에 못 미칠 정도로 가격이 폭락하자 서울로 상경해 대파의 가격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들쑥날쑥한 경매 시세에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농민들의 현실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 2019년 초 전남지역 대파 재배농민들이 kg당 도매가격이 1,000원에 못 미칠 정도로 가격이 폭락하자 서울로 상경해 대파의 가격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감자·봄동 등을 재배하는 농민 A씨는 논에서 모를 심다가 두 시간 거리의 광주광역시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을 향해 운전대를 잡아야 했다. A씨가 지난달 중순 광주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모 청과에 위탁한 감자 38박스가 10kg 한 박스에 4,000원도 채 안 되는 금액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생산비만 고려해봐도 도저히 팔아넘길 수 없는 금액이었다.

실제로 광주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해당 청과에서 지난달 13일 거래된 감자 10kg 한 박스 가격은 하루에도 3,300원에서 1만7,000원까지 왔다 갔다 했다.

농민에 따르면 농사짓는 데 들어간 생산원가를 배제하고 유통할 때 들어가는 비용만 해도 박스당 운송비가 500~600원이고, 박스값이 1,100원이다. 여기에 수수료를 제외한 금액을 최종 정산받으면 농민의 표현대로 ‘농사를 이어 나갈 수 없는 정도의 적자’인 것이다.

농사를 지어 출하했을 때 ‘제값’을 받지 못했던 경험은 비단 올해 감자뿐만이 아니었다. 7~8년 동안 재배했던 마늘은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손해였다. 마늘처럼 밭떼기채 유통상인에게 거래돼 공판장에 넘어가는 품목은 아무리 가격이 오른다한들 생산자 농민의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A씨는 현재 마늘 농사를 포기하고 봄동을 키우고 있다. 농민은 “재배지가 한정적이어서 그런지 그나마 봄동이 가장 소득이 괜찮다”면서도 “겨울에는 (도매시장에) 봄동을 내는데 같은 날 같은 품목을 내놓아도 농협공판장이나 청과(도매법인)에 따라 한 박스에 1만원 이상씩 차이가 날 때도 있었다. 농민들이 뭐라고 하면 그제야 몇천원씩 올려주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농들은 경매로 가격이 덜 나와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지만 소규모로 여러 작물을 재배하는 소농의 경우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다. A씨는 “도매시장에선 평상시에도 (가격이) 이렇게 ‘들쑥날쑥’하다. 경매로 (농산물을) 팔아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차이가 너무 심해 농민들이 피해를 많이 본다. 공판장만 믿고 농사짓다가는 농사 못 한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들의 손아귀 아래 있다”고 표현했다.

농민이 이렇게까지 말한 데에는 사실상 경매를 원칙으로 하는 현재 도매시장 체제에서 안정적으로 수입을 보장받은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 폐단은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전문가들과 생산자단체는 경매제의 가장 큰 문제로 출하자가 농산물 가격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농민들이 ‘제값’은커녕 생산비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A씨는 “최소한 최저가격이라도 보장돼야 안심하고 농사짓지 않겠나. 이대로는 아무도 농사 못 한다”고 토로했다. 농민들의 불만이 치솟는 가운데, 유통개혁을 위한 새 정부와 주무부처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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