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국익에 전혀 도움 안 된다는데 CPTPP 추진 왜 하는걸까?

  • 입력 2022.07.17 18:00
  • 기자명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순이 정책위원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광주전남연합)
오순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농업, 농촌을 이대로 문 닫게 하고 싶은 건지 윤석열정부에 물어보고 싶다.

물가폭등으로 온 국민이 아우성이다. 그 근본원인은 식량수출국들의 농산물 수출금지 조치 및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촉발된 수급 불안이 가장 크다. 다시 말해 식량자급을 하지 못한 대한민국에, 이미 예고됐던 식량위기가 현실화된 것뿐이다.

식당이나 기업은 원료값 상승에 따른 손해를 메꾸기 위해, 가격을 올리거나 양을 줄이거나 크기를 작게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건비 상승, 비료값 상승, 기름값 상승에 따른 손해를 농민들은 메꿀 방법이 없다. 가격결정권이 없기 때문이다. 농사를 그만두거나, 빚을 늘리는 방법 외에는 없다. 최악의 가뭄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로, 가격이 오르면 물가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쉽게 농산물 수입을 통해 가격을 떨어뜨리는 정부 정책 기조가 변하지 않는 한 떨어지는 식량자급률을 잡을 방법이 있을까.

남부지방은 마른장마, 병해충 발생 증가로 농민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후계인력의 부족, 농업소득의 계속된 저하 등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국가의 책임 있는 농정과 지원 없이는 농촌소멸은 빠르게 지속될 뿐이다.

CPTPP는 모든 농산물이 예외 없이 완전히 개방되고 관세가 즉시 철폐된다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애써 농어업을 보호해왔던 최소한의 장치를 모두 없애야 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관세화 개방이 돼왔으나 검역문제를 이유로 그간 수입이 안 됐던 사과, 배 등 과수도 수입국이 6개월 안에 피해를 증빙하지 못하면 무조건 수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수입국에 불리한 조항들이 너무 많다. 지금도 과수화상병과 외래병해충 증가로 경북, 충북 사과 주산지의 피해가 심각해 과수농가가 줄도산할 지경이다. 검역완화조항(SPS)규정은 비단 농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건강권까지 침해하고 있다. 광우병을 이유로,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이유로 해당 국가의 농축수산물 수입금지조치를 단행해왔던 것을 이제는 구획화라는 개념으로 해당 병해충 발생 농가나 주변 구획만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역의 농축수산물에 대해 충분한 피해 증빙을 하지 못하면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무서운 조항이 CPTPP 안에 담겨있다.

검역조치 즉 비관세장벽은 어쩌면 물밀듯이 밀려오는 수입농산물로부터 우리 농업을 보호해온 마지막 보호장치였다. 이제 농지가격이 세계 1위(국토면적 대비 농지비율)로 가장 비싼 대한민국에서 농민들이 생산비를 보장받고 기본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전 국민이 나서야 할 때다. 그럼에도 윤석열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 CPTPP 추진, IPEF 추진 등으로 농업, 농촌을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가 대한민국을 지켜줄 수 있을까. 패권약화로 인한 미국의 경제위기를 대중국 포위망을 통한 군사동맹강화로 타결하려는 미국의 의도대로 윤석열정부가 앞장서서 밑밥을 깔아주는 형국이다. 이미, 러시아가 우호국가가 아닌 국가에는 식량을 수출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했고, 중국 또한 반도체 원료 등 막대한 자원을 가지고 있어 중국과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에게 상당한 피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CPTPP 추진으로 제조업에 미치는 이익이 불과 0.2%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미 우리나라는 58개 국가와 18건의 FTA를 체결한 상태라 개방으로 인한 추가이익이 극히 미비하다. 그럼에도 농어업분야와 일부 제조업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는 CPTPP 추진을 하려는 이유를 딱히 정부 당국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농어업피해에 대한 영향평가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피해액조차 중국 가입이나 검역완화로 인한 피해가 천문학적인데도 이는 계산에 넣지 않고, 단순 개방폭만 계산해 축소 발표했다. 협상에 불리하다는 핑계로 정보공개를 하지 않고 있지만,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부처 간에도 구체적인 영향평가를 공유하지 않고 있어 농식품부가 CPTPP에 대한 대처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만장일치제라는 규정으로 CPTPP에 가입하기 위해 우리가 일본에 내줘야 할 것들에는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 허용뿐 아니라 종군위안부와 강제징용 등 과거사 정리문제까지 얽혀있어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CPTPP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지난 12일 윤석열정부의 농업 홀대와 CPTPP 가입 중단을 요구하는 범국민대회가 열렸다. 국익을 위해서라면 이제 자유무역 대신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나서야 한다. 지금도 많이 늦었다. 후계인력을 육성하지 못한 농촌의 소멸속도가 빠르게 진척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