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식하지 맙시다

  • 입력 2022.07.17 18:00
  • 기자명 한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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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정부가 용도별 차등가격제의 개념 자체를 모르고 있다. 지난해 유가공협회장은 600원에 팔아줘도 비싸서 못 쓴다고 했는데, 유업체가 쓸 수 있는 가격이 400원이라고 하면 정부가 자기 예산에서 500원을 보태주는 게 맞는 거다.”

얼마 전 열린 한국낙농육우협회의 기자간담회에서 배정식 협회 상무가 답답함과 함께 토로한 이야기다. 낙농가들이 지역투쟁을 결의한 이후 처음으로 열린 지난 11일 충남도청 앞 항의행동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이날 집회에선 정부와 함께 밀어붙이고 있는 유가공협회장 및 유업체들을 향한 비난과 원망이 거세게 터져 나왔다.

김재옥 협회 전북도지회장(정동목장)은 “보다보다 이런 대책은 처음이다. 정 유업체가 원하는 가격에 국산 우유를 사게 하고 싶으면 정부가 500원, 1,000원을 쓰면 되지 않느냐. 농가 돈을 뺏어 주게 하는 순간 죽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열변을 토했다. 농가소득을 깎아 그 누구도 손해 보려 하지 않는 의도가 역력하다는 이야기였다.

정부는 새 낙농산업 발전방안을 소개하면서 전 세계 어디서나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시행한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그들처럼 가공유 가격을 차별하지 않으면 낙농산업 존속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인데, 다른 나라들이 가공유 가격을 차별하는 건 맞지만 낙농 정책 전반에도 차별을 두는 점은 전혀 강조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예중에 한 가지, 유업체가 원하는 가격에 따른 가격 격차를 그대로 정부가 보전하는 것도 그 ‘세계 추세’를 생각하면 사실 전혀 무리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정부가 한 차례 안을 수정해 가공유 구입에 보태겠다고 한 금액은 1L당 200원이다.

20만L를 대상으로 이 금액을 보전하는데 드는 예산은 약 400억. 일본은 가공유 생산 지원에만 올해 4,500억원을 쓴다. 원유생산 규모가 우리의 세 배쯤 되는 일본에서 44%의 가공유 비중을 유지하는 성과를 내고 있으니, 최소 1,200억원 수준의 예산책정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 이 예산이면 농가와 유업체가 조금씩 양보해 가공유 수취가격을 1,000원에 책정하고, 유업체가 500원에 구매하기에 충분하다. 정부만 새로이 결단하면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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