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원의 농사일기 149] 쌀과 식량전쟁

  • 입력 2022.07.10 18:00
  • 기자명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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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산지 창고에 쌀 재고가 쌓이고 가격이 폭락해 쌀 농가들과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 등의 걱정이 크다.

쌀 농가들은 벌써부터 올해 수확기 쌀 가격 하락을 걱정하게 됐고, 농협 RPC는 경영악화와 수확기 매입 여력의 포화상태 등을 걱정하고 있다. 정부가 나서라는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정부는 올해 들어 벌써 세 번째 시장격리를 한다고 발표했다.

쌀 농가 입장에서 쌀 가격 하락은 곧바로 소득하락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와 국회가 변동직불제를 없애면서 고정직불금은 조금 인상했으나 목표가격제도 자체를 폐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농협 RPC로서는 과거 정부가 하던 수매·방출 사업을 직접하게 돼 버렸다. 쌀 가공, 유통, 판매를 정부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 자율에 맡긴다는 정부의 정책 전환 때문이다. 환언하면 과거 정부가 하던 수매·방출 사업을 농협이 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농협 RPC는 쌀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창출하려 할 것이기에 쌀 생산량이나 가격, 소비 추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국제곡물가격은 치솟고 있다. 그 원인이 전쟁이든 기후위기든 식량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고 언젠가 식량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수많은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줄기차게 외쳐 왔음에도 우리의 역대 모든 정부는 알량한 경제 논리로 하나 같이 이를 외면해  왔다.

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쌀과 밀·옥수수·콩과 같은 주요 곡물에 대한 정책을 경제 논리의 잣대만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된다. 한 해 국가 예산 606조원 중에서 농업예산은 약 2.8%에 불과한 16조8,000억원 정도인데도 경제 논리 타령만 하고 있다. 국가적 위기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을 이렇게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쌀, 밀,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의 생산·저장·가공·유통·소비 부문 모든 주체들에 대한 과감한 정책적 지원을 최소한 10년 이상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면 된다. 매년 1조원 정도라도 신규 예산을 세워야 한다. 쌀만 정책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밀·콩·옥수수 등의 주요 곡물을 하나로 묶어 통합적인 곡물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쌀을 생산하는 농가는 물론 밀·콩·옥수수를  생산하는 모든 농가에게 적정수준의 소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저장·가공·유통 부문의 주체들에게도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소비자에게도 식량위기와 우리의 식생활 상황을 솔직하게 알리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쌀 하나만의 대책으론 곡물 전쟁에 대응할 수 없다. 위기상황일수록 시장기능에 맡겨서는 안 된다. 이는 기초적인 상식이다.

지금 당장 ‘국가 곡물위기 대책위원회’라도 만들어 대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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