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자급률이 높을수록 떨어지는 쌀값

  • 입력 2022.07.10 18:00
  • 기자명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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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아마 대다수의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먹거리를 손쉽게 구매하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문제다.

요즈음 같은 기후위기와 글로벌 식량위기라는 현실에선 많은 식재료의 가격이 높아진다. 소비자 입장에서 식료품 등을 선뜻 사기 쉽지 않은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닭고기와 계란, 소고기, 돼지고기는 물론 밀가루와 튀김가루, 식용유까지 그야말로 오르지 않은 식료품 가격이 없어서다.

아니다. 단 하나. 그중에 오르지 않고 떨어진 것이 한 품목이 있다. 바로 쌀이다.

자급률이 높은 품목일수록 외부요인에 의한 가격의 변동 폭도 작은 것이다.

하물며 쌀은 오히려 2021년도 수확기에 비해 15% 이상 가격이 떨어졌다.

농산물의 경우 저장을 했다가 판매할 경우 감모량과 인건비, 저장비용 및 위험 부담을 감안해 가격이 높아지는데 유독 올해의 쌀 만큼은 가격이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밀은 1년 전보다 가격이 41.4% 상승했고 2020년 3월과 비교할 때 54.3% 올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서울의 밀 관련 식품 가격은 6월 기준 △칼국수 8,269원 △냉면 1만269원 △자장면 6,262원 등이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약 10.8%, 8.1%, 16.3% 올랐다.

세계적으로 볼 때 농산물은 수확량 증가로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떨어지고, 수확량 감소로 공급량이 줄어들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수입되는 품목은 일반적인 법칙을 따라가는데, 자급이 되는 농산물 품목에선 반대의 경우가 생기는 것 같다.

수확량 증가 시 가격 폭락이 큰 것은 마찬가지지만 자급률이 높은 농산물 품목일수록 수확량 감소 시에도 정부가 수입을 통해 가격을 낮춰 결과적으로 농민들은 피해를 본다. 농민들의 상황을 따져보면 가격이 높으면 수확량이 줄어서, 또 생산량이 많으면 가격이 폭락해서 결국 소득은 줄어드는 결과가 도출된다.

2020년 곡물자급률은 20.2%, 식량자급률은 45.8%다. 쌀과 밀, 콩의 자급률은 각각 92.8%, 0.8%, 28.4%다.

바로 이게 우리가 주식으로 먹고사는 것에 대한 자급률 지표다. 이것을 전체 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알려서 설문조사를 한다고 하면, 어떤 부분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할까?

자급률을 0.8%로 유지해 글로벌 식량위기 시 50%대의 가격 인상을 보인 밀과 100%에 가까운 자급률을 유지한 쌀 중 어느 것이 문제라고 국민들은 생각할까?

과연 밀가루는 항상 싸게 공급받을 수 있을까?

쌀 자급률을 100% 가까이 유지하고 있었기에 세계적인 식량위기 속에서도 큰 혼란 없이 먹거리 정책이 실행될 수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식량주권을 지키고 국민들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우리나라 농정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할 시기다.

농자재 가격의 폭등과 기름값 폭등, 인건비의 급격한 상승으로 지금 농민들은 농업을 포기해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국민의 인식과 정부의 농정이 국가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폭등한 농자재값을 책임지는 방향으로 나아가 농민들이 지속적으로 농사지을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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