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지도 아닌 육지 논에 발생한 ‘염해’ 논란

당진 농민들, 대호만 ‘염수’ 유입 주장

삽교호 물 댄 논에선 염해 발생 없어

용수 관리 주체 농어촌공사와 대립각

  • 입력 2022.07.10 18:00
  • 수정 2022.07.21 08:52
  • 기자명 장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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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4일 충남 당진시 고대면 당진포리 육지 논에서 벼 끝이 하얗게 마르는 등 염해로 추정할만한 특징들이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4일 충남 당진시 고대면 당진포리 육지 논에서 벼 끝이 하얗게 마르는 등 염해로 추정할만한 특징들이 보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달 28~30일 정체전선으로 인해 충남 서산시 등에 최대 289mm의 집중호우가 내린 가운데 최대 시우량(1시간 동안 내린 강우량) 83mm를 기록한 당진시에서는 논 500ha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침수뿐만 아니라 토사 유출 등의 피해도 발생했는데, 간척지와 산간 지역 육지 논에서는 최근 ‘염해’로 추정되는 피해까지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방문한 충남 당진시 고대면 당진포리 일원에서는 벼 끝이 바짝 마른 논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김희봉 당진시농민회장은 “지난달 말 내린 집중호우로 회복을 해서 저 정도다. 비 내리기 전에는 논이 붉게 보일 만큼 염해가 심했다”라며 “일부 논에만 발생한 줄 알았는데, 지난달 말 살펴본 결과 대다수 논에서 염해가 발생했다. 한 가지 특이한 사실은 삽교호에서 물을 끌어다 쓴 논에서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대호만 담수호에서 물을 끌어와 댄 논에서만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이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4일 현장을 둘러본 당진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피해 논에서 염해로 추정할 수 있는 특징들이 보인다. 간척지뿐만 아니라 육지 논에서도 염해가 발생했고, 삽교호 물을 댄 논과 대호만 담수호 물을 댄 논에 피해 발생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아 용수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호만 담수호의 물을 끌어와 당진시 내 3개 양수장을 관리 중인 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 수자원관리부 관계자는 “양수장에서 매일 염도를 측정하고 관리한다. 올해 날씨가 가물어 용수 공급에 일부 제한이 있긴 했지만 작물에 피해가 발생할 만큼의 염도가 확인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농민 류종덕(69)씨는 “30년 가까이 농사짓는 동안 이 정도로 피해가 발생한 적이 없다. 삽교호 수계 영향을 받는 논과 대호만 담수호 물을 끌어다 쓰는 논을 모두 경작 중인데 똑같은 간척지고 같은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와중에 대호만 담수호 물을 댄 논에서만 피해가 발생했다”라며 “2017년 가뭄으로 대호만 담수호 수위가 지금보다 더 낮았을 때도 염해가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다.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민 이근영(56)씨는 “논에 물을 대며 염도를 측정해봤는데, 염도가 3,000ppm에서 4,000ppm 정도였다. 양수장 염도가 1,280ppm 이하였다는 공사 관계자 말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지금 내 책임이다, 아니다를 따질 게 아니라 피해가 발생했으니 어떻게 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김희봉 당진시농민회장은 “염도 있는 물을 댄다고 염해가 바로 나타나진 않는다. 6월 말경 피해가 확인됐던 만큼 6월 15~20일쯤 공급된 용수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며 “간척지 논뿐만 아니라 육지 논에서도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용수에 문제가 있었단 걸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는 거다. 관계기관이 피해 원인 파악 및 대책 마련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당진시농민회는 지난 4일 당진시와 농어촌공사 당진지사를 방문한 데 이어 6일에는 당진시청에서 농업기술센터 및 당진시, 농어촌공사 당진지사 관계자 등과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그 결과 당진시는 오성환 시장 등과 11일 현장을 둘러본 뒤 피해 규모와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농민들은 지난 7일 대책위원회를 꾸렸으며, 대책 마련을 위한 적극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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