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소에 관한 다채로운 산업과 흥미진진한 이야기

남인식 '소가 사는 세상'

  • 입력 2022.07.08 13:53
  • 기자명 심증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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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에 소고깃국’ 우리 조상들의 꿈이었다. 지금의 기성세대 대부분 역시 ‘쌀밥에 소고깃국’의 꿈을 꾸었을 것이다. 주식인 쌀 자체도 귀했지만, 소고기는 더욱 귀한 음식이었던 탓이다. 조선시대에는 함부로 소를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소는 가축이라기보다는 노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먹을 것이 흔해 고기가 지천인 세상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고기 중에 최고로 소고기를 꼽는다.

우리가 소를 가축 이상으로 생각했듯이 세계 각국에서 역시 소는 남다른 대우를 받아왔다. 이런 소의 이야기, 소가 사는 세상 아니 소가 살아온 세상 그리고 소가 살아가는 세상을 쓴 책이 나왔다. 저자인 남인식 씨는 축산대학을 나와 농협에서 근무하며 오랫동안 현장에서 소와 함께 지내왔다. 국내 최고의 젖소를 개량하기도 한 저자이기에 소에 대해 누구보다 자세하고 쉽게 책을 쓸 수 있었다.

“소는 문명의 출발점이며 세상을 바꾼 가장 위대한 가축”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또 인류는 소를 어떻게 이용해 왔으며, 어떻게 개량해 왔는지를 기록했다. 그리고 소를 둘러싼 산업들도 빠짐없이 살폈다. 하루에 초등학생 500명에게 먹일 수 있는 우유를 생산한 젖소, 하루에 2kg씩 체중이 늘어 16개월 만에 700kg까지 체중이 늘어난 소,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씨수소로 평가돼 묘비까지 세워진 라운드 오크 랙,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는 키우던 젖소가 도태되자 국장에 버금가는 장례를 치르고 동상까지 세워준 이야기 등 소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옥수수밭을 미로로 꾸며 애완용 가축 체험장으로 활용하는 사례, 소를 타는 트래킹을 운영하는 스위스 목장 이야기도 흥미진진하다. 이뿐 아니다. 소를 둘러싼 다양한 산업과 연관된 일이 이렇게 많은지 감탄이 나올 정도다.

그렇다고 소를 키우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축산에 문외한이라도 읽는 데 부담이 없다. 읽을수록 재미있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고기는 좋은데 축산은 싫다’라는 말이 있듯이 축산업과 소비자의 거리가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 이 거리를 좁히는 의미로도, 축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이 책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이 책을 계기로 ‘돼지가 사는 세상’, ‘닭이 사는 세상’ 등 가축들이 사는 세상이 더 많이 알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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