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서 햇마늘 경매 시작 … “비싸도 양 없어 남는 게 없다”

창녕농협농산물공판장 초매식

대서 kg당 5천원 초반대 형성

가격 올랐어도 산지에선 손해

  • 입력 2022.07.08 13:44
  • 기자명 김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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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지난 1일 마늘주산지인 경남 창녕군 대지면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햇마늘 첫 경매가 시작된 가운데 농민들이 전광판에 뜬 경매가를 확인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일 마늘주산지인 경남 창녕군 대지면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햇마늘 첫 경매가 시작된 가운데 농민들이 전광판에 뜬 경매가를 확인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일 주산지 경남 창녕에서 2022년산 햇마늘 첫 경매가 열렸다.

창녕군에 따르면 이날 창녕에 있는 5개 공판장(창녕·이방·우포·남지·영산농협)에선 총 2,110톤, 10만5,500망(20kg)의 마늘이 출하됐다. 그중 최대 규모인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의 1일 낙찰평균가는 5,395원(kg). 현장에선 기대했던 것만큼 높은 가격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여론이 많았다. 농민들 입장에선 폭등하는 농자재값과 긴 가뭄으로 인해 생산량이 대폭 줄어 가격이라도 높게 나와야 소득보전이 가능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경매 시작 전 한 농민은 “면세유 600~ 700원 갔던 게 지금 1,600원이다. 로터리도 못 치고 있다. 요소 한 포대에 9,000원 갔던 게 지금 2만9,000원이다. 그나마 보조 받아 1만5,000원만 내고 있고, 인건비는 17만원까지 올랐다”고 토로하는 한편 “가격이 비싸니까 수입마늘이 엄청 들어올 것 같은데, 수입마늘이 풀리면 농민들은 다 죽는다. 깐마늘이나 종자로 수입되면 손해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걸 막아야 농민이 산다. 누가 비싼 국산마늘을 사먹겠나”고 한탄했다. 이에 화답하듯 초매식에 참석한 김부영 창녕군수는 “농자재값 등 마늘을 생산하기 위한 각종 비용과 인건비 상승을 고려해 TRQ(저율관세할당) 물량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을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20일까지 창녕농협농산물공판장에서 실시된 풋마늘 경매에서는 꽤나 높은 가격이 형성됐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의 표현을 빌려 ‘나락값 빼고 안 오른 게 없는 농촌’에서 모처럼 호조를 띤 풋마늘 시세는 농민들에게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경매 시세를 확인하러 나왔다는 한 농민은 “풋마늘 경매할 때 제일 좋았던 가격이 5,000원이었는데, 그것보다 가격이 안 나온다. (풋마늘보다) 생산비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갈뿐더러 무게도 10~15% 이상 차이 나기 때문에 지금 가격이 이보단 잘 나와야 한다”며 “2년 전에는 가격이 완전히 바닥이었다. 생산단가도 안 나왔던 그때보다야 낫지만 ‘상’품마저도 5,100~5,200원에 그치고 있다. 경매라는 게 완전히 모르는 일이다”고 잘라 말했다.

전국 마늘 생산량의 18% 이상을 차지하는 창녕군의 경매가격은 전국 시세에 영향을 미치고, 전체 마늘가격의 기준이 된다. 이날 창녕에선 ‘가격은 평년보다 올랐지만, 비정상적으로 양이 없어서 손해’라는 산지의 속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농민들은 하나같이 가격이 좀 덜 나와도 생산량이 평년만큼 지지가 됐으면 지금보다 나았을 거라고 첨언했다.

경매를 기다리던 한 농민은 “1,000망 나올 게 500망밖에 안 나왔다. 비가 온다고 해서 물을 안 댔는데 비는 안 왔고, 결국 그대로 수확철이 돼서 물도 못 댔다. 작년에는 지금보단 양이 많았는데 올해는 양이 너무 없어서 비싸 봤자 적자다. 농가마다 20~30% 생산량이 줄었고 그 이상 감소한 곳도 많다. 이대로 가면 농민도 힘들고 소비자도 힘들다”고 말했다.

경매가 시작되고 얼마 안 돼 kg당 가격이 4,000원 초반대까지 떨어지자 성이경 창녕농협 조합장이 경매를 중단시키고 중도매인들에게 경매가를 높여달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전광판에서 경매가격을 막 확인한 농민은 “올해 마늘 소매가 엄청 비쌌다. 시세 좋다고 소문은 많이 났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안 좋다. 재작년까지만 해도 7~8할이 1등급이었는데, 올해는 5~6할만 1등급이다. ‘상’품 비중이 확 줄고 수확량이 너무 적어 지금보다 5~10% 가격은 더 나왔어야 수지가 맞다”며 “공판장에서 시세는 항상 왔다 갔다 하지만 오늘 가격만 보면 작년과 거의 비슷하다. 작년에는 비가 많이 와서 수확할 때 힘들었지만, 올해보다 수확량은 훨씬 많았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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