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힘으로 일군 20년, 국산 배지 위 표고버섯은 아름다웠다

표고버섯 출하 한창 … 농장서 숙식하며 하루 4차례 이상 따내

  • 입력 2022.07.10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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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가산리에 위치한 시설하우스에서 표고버섯 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국산 참나무톱밥배지 위에 붙어 있는 표고버섯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지난 6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가산리에 위치한 시설하우스에서 표고버섯 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국산 참나무톱밥배지 위에 붙어 있는 표고버섯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김병수·박미영 부부가 일정 크기로 자란 표고버섯을 배지에서 수확하고 있다.
김병수·박미영 부부가 일정 크기로 자란 표고버섯을 배지에서 수확하고 있다.
김병수씨가 수확이 마무리된 버섯 배지 위에 물을 분사하고 있다.
김병수씨가 수확이 마무리된 버섯 배지 위에 물을 분사하고 있다.
부부가 함께 배지 위와 옆으로 올라오는 버섯 중 일부를 솎아내고 있다.
부부가 함께 배지 위와 옆으로 올라오는 버섯 중 일부를 솎아내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검은색 차광막으로 뒤덮인 하우스의 이중문을 열고 들어서자 무엇보다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실내온도 20~25도 사이, 표고버섯을 재배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을 위해 냉방시설을 설치하고 하루 종일 돌린 결과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솟을 정도로 폭염특보가 발효된 하우스 밖과는 완전히 딴 세상이다.

미닫이문을 닫고 하우스 안을 살펴보자 1.3kg 남짓, 성인 손 한 뼘 크기의 원통형 국산 참나무톱밥배지가 오와 열을 맞춰 길게 늘어서 있다. 그 수만 해도 5,000여 개. 배지마다 표고균이 발생해 자라며 위로 올라온 표고버섯이 서너 개씩 붙어 있다. 그중 수확을 앞둔 버섯 또한 부지기수다. 지난 6일 충남 천안에서 표고버섯농사만 20여년, 한 길을 걸어온 김병수(51)·박미영(45) 부부의 농장을 찾았다.

50평 크기의 하우스, 총 10동에서 버섯농사를 짓고 있는 이들 부부는 이날 새벽에도 이미 하우스를 돌아가며 버섯 수확을 끝낸 뒤였다. 2도 안팎의 저온저장고엔 출하를 앞두고 선별해야 할 표고버섯이 가득했다. 김씨는 “6월부터 9월까지는 성출하기라 4~5시간마다 버섯을 따야 한다. 오늘도 자정에 한 시간가량 일했다”며 “하루에 4차례 이상 수확을 해야 돼서 이 시기엔 농장에서 숙식을 해결할 때가 더 많다”고 말했다.

표고균 발생에서 수확까지 20여 일, 이 기간을 한 주기로 봤을 때 이틀에 한 동씩 돌아가며 작업을 한다. 수확을 마친 하우스에선 다시 올라오기 시작하는 버섯을 솎아주는 작업이 한창이다. 배지 위 또는 옆에서 나는 걸 제때 솎아내야 모양도 좋고 품질도 좋은 표고버섯을 얻을 수 있다. 하여, 버섯을 따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 손이 많이 가는 일이 바로 이 솎아내는 작업이다. 이날도 부부는 수확을 마친 뒤 오전 일과의 대부분을 배지에서 버섯을 솎아내는 일에 썼다.

또 중요한 건 바로 물 주는 일. 버섯은 물로 키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 관리가 농가의 노하우로 여겨진다. 귀농해서 표고버섯농사를 시작하는 이들이 제일 먼저 질문하는 내용 중 하나도 “물은 언제 어떻게 주냐”는 것이다. 버섯농사에서 최적의 온도만큼이나 최적의 습도를 맞춰주는 게 중요한 이유다. 당연지사, 아내가 버섯 솎는 작업에 여념이 없는 동안 남편은 하우스를 돌아다니며 버섯에 물을 주느라 바빴다.

생산되는 표고버섯의 9할을 서울 가락시장으로 보내고 있는 부부는 연중 생산을 고려했을 때 kg당 평균 1만원 달성을 목표로 농사짓고 있다. 표고버섯은 크기, 품질에 따라 경매가격의 등락폭이 상당해 kg당 2,000원에 2만원까지 10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평균가격 1만원엔 균등한 품질과 적정 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배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부부는 여전히 중국산 배지가 많이 유통되는 상황에서도 뜻을 같이하는 농가들과 함께 국산 참나무톱밥배지를 고집하며 표고버섯의 국산화에도 상당히 애쓰고 있다.

김씨는 “시기에 따라 뜨고 지는 버섯이 많지만 표고는 된장처럼 우리나라 국민들이 즐겨 찾는 전통적인 버섯 중 하나”라며 “부부의 힘만으로 10동을 부치기엔 버거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농사짓고 있다. 국내서 만든 배지에서 배양된 표고버섯이 더 많이 늘고 시장에서도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오전 일과를 마치고 점심을 간단히 해결한 부부는 한낮 폭염의 열기를 피해 서로 다른 하우스로 다시 스며들었다. 믿고 먹을 수 있는 표고버섯 재배를 위해 딸의 이름을 내세워 시작한 버섯농장이 어느덧 20여년, 이들 부부의 일상은 오늘도 어김없이 지속된다. 숙련된 손길과 함께. 

박미영씨가 배지 위와 옆으로 올라오는 버섯 중 일부를 솎아내고 있다.
박미영씨가 배지 위와 옆으로 올라오는 버섯 중 일부를 솎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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