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것만은 알길 바란다

  • 입력 2022.07.03 18:00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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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만으로도 피곤한 농민들을 더 피곤하게 만들 사안이 다가온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라는, 실체조차 알 수 없는 ‘괴물’이다.

그래서 더 공포스럽다. 왜냐고? 한국농업에 있어 사실상 ‘최종보스(게임에서 마지막으로 물리쳐야 하는, 소위 끝판왕이라 불리우는 존재)’마냥 군림 중인 미국이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IPEF에서 직접적으로 ‘지속가능한 농업’을 의제 중 하나로 다루겠다고 표방했다.

CPTPP는 우리 농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측이라도 된다. 그러나 IPEF는 예측마저 힘들다. 구체적 알맹이가 없기 때문이다. 정체불명이다. “IPEF는 이걸 구상하고 선언한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이게 뭔지 모를 거다”라고 평한 전문가도 있었다.

달리 말해, 미국은 IPEF에 세계의 ‘최종보스’로서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은 무엇이든 넣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른 나라엔 자유무역 질서를 강요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전형적인 보호주의 정책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미국 정부의 자국 물자 우선구매정책)’을 내세웠던 미국의 성향을 생각하면 새롭지도 않다.

농업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모든 국가 중 미국만큼 농민들(정확히는 기업형 대농들)의 입장을 잘 받아들이는 나라는 없다. 미국 농민들은 벌써부터 IPEF를 자국 농업의 활로로 삼자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자국 농민들을 어떻게든 보호하고자 하며, 그 과정에서 다른 나라, 심지어 동맹국들마저도 가차없이 희생양으로 삼고자 해왔던 미국의 성향을 생각하면, IPEF가 우리 농업에 어떤 예상치 못한 재앙을 야기할지 예측조차 불가능하다는 건 불행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한미동맹 강화에만 매달린다는 건 더더욱 큰 불행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 뒤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IPEF 가입이었다. 바이든도 모르는 IPEF를 한국의 새 대통령은 알까? IPEF 가입 및 한미동맹 강화에 대해 중국이 대대적으로 반발하는 상황, 그로 인해 동아시아에서 미·중 대결구도가 심화되는 상황은 알까?

오는 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IPEF 관련 공청회를 연다고 한다. 지난 3월 CPTPP 공청회 때 정부가 보인 기만적인 모습을 기억하는 농민들은, 이제 IPEF 공청회에서 정부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주시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새 대통령이지만, 이것만은 알길 바란다. CPTPP에 이어 IPEF까지 가입하면 한국농업은 ‘현재로선 파악 불가능한 이유’로 망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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