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저탄소농업과 친환경농업은 같은가?

  • 입력 2022.07.03 18:00
  • 기자명 최덕천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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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덕천 상지대 교수
최덕천 상지대 교수

 

친환경농업 육성 정책이 본격화된 지 20년 이상 지나면서 다양한 대안농업 형태가 나타났다.

환경농업, 친환경농업, 환경친화형농업, 친환경·유기농업, 유기농업, 자연순환농업, 자원순환농업, 경축순환농업, 저탄소농축산업이 그 예다. 최근에는 탄소중립형 경축순환 유기농업까지 나온 상태다. 아울러, 친환경농산물은 무농약농산물과 무항생제축산물, 유기농산물과 유기축산물, 유기가공식품이 있다. 관행농업 영역에 속하는 우수농산물관리제(GAP) 인증농산물과 저탄소농축산물, 동물복지, 전통식품 등은 친환경농축산물과의 틈새에서 어중간하게 공존하고 있다. 여기에다 친환경농산물 제3자 인증제의 한계에 대한 대안으로 몇 년 전부터 유기농업학계와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참여인증제(PGS)도 있다.

그렇다면, 저탄소농업과 친환경농업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큰 틀에서 보면 같은 점이 많고, 부분적으로는 다른 점도 있다’는 것이다.

먼저, 같은 점부터 살펴보자. 둘 다 생산성·효율성·농가소득 증대를 중시하는 관행농업의 한계인 환경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대안농업이라는 점이다. 즉, 환경생태계 보전과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기후위기 예방, 농가소득 보전 나아가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하려고 한다.

다음으로 다른 점을 살펴봐야 하는데, 이는 법제적 차원에서 비교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친환경농업은 1997년 12월에 제정된「환경농업육성법」과 2001년 7월 일부 개정·시행된「친환경농업육성법」에 근거하고 있다. 이 법에서 친환경농업은 ‘환경·생태계 보전’ 목표에 방점을 두고 있다. 저탄소농업의 정의는 2014년 3월에 제정된 ‘저탄소농산축산물인증제’ 운영규정에 나와 있다. 즉, 저탄소농업은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등 탄소(炭素)를 중심으로 하여 아산화질소(N2O) 등의 ‘온실가스 저감’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저탄소농축산물 인증은 61개 농산물 품목 중 친환경농산물 또는 GAP 인증을 받은 농축산물이 그 대상이다. 현실 상황은 대략 이렇다. 약 6만여 친환경 농가가 있고, GAP 인증 농가는 약 12만여 가구다. 총 17만여 농가가 저탄소농축산물 인증 대상인 것이다. 그중 최근 저탄소농축산물 인증을 받은 농가는 약 6,000여 가구이니 전체 대상 농가의 3.5% 정도에 불과하다. 6,000여 농가 중 대다수는 GAP 인증 농가인 만큼 저탄소농축산물 인증은 GAP 농산물에 저탄소 인증을 더해 소비자에게 친환경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와 다름 아닌 상태에 있다.

그러면 왜 친환경 인증 농가는 저탄소 인증을 취득하지 않으려할까? 한마디로 추가적인 비용에 비해 추가적인 편익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GAP 농산물 때문에 명분도 약하다. 추가가격을 지불하고 선택하는 소비자의 생각도 비슷할 것이다.

저탄소농업과 친환경농업의 상이점을 더 심도 있게 알아보자. 그러려면 2021년 제정돼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 중인「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을 상기해 봐야 한다. 이 법의 명칭과 내용은 2012년부터 시행됐던「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을 독자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법은 미시적으로 환경보전과 온실가스 감축에서 나아가 지구적·인류적 차원의 기후위기를 예방하고 지속가능한 식량체계를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중에 나온 것이다.

이제 친환경농업과 저탄소농업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큰 과제다. 그 결정판은 바로 저탄소 경축순환 유기농업이 아닐까 한다. 친환경 경종농업에서는 ha당 적정한 양의 작물을 수확하면서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고, 친환경축산에서도 적정 사육두수를 유지하며 고품질 육류 생산을 추구하는 사양관리를 하는 등 경축순환형 유기농업으로 전환해 가는 것이다. 농경지에서는 유기축분 퇴비화, 친환경 바이오차, 콩과·녹비작물 재배, 무경운 직파와 벼 논물 조절을 할 수 있다. 축산에서는 가축의 장내 가스를 줄이기 위해 수입곡물 의존적 농후사료를 농장(마을) 내 친환경 자가제조 및 유기조사료로 대체, 동물복지를 실천해야 한다.

유기농업은 생태적 순환의 원칙에 기반을 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 내 유기(농림축산)부산물 순환체계를 통해 투입하는 ‘유기적 순환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매우 힘겨운 일이다. 관행농업을 유기농업으로 전환해 왔듯이 경축순환 농업을 경축순환 유기농업으로 전환해 가야 할 때다. 이를 위한 추진전략으로 대규모 집적화를 선택할 것인지, 소규모 농가·마을단위로 다양화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친환경농업과 저탄소농업이 더 유기적으로 순환·공진화하기 위해서는 법제·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즉, 저탄소 농축산물인증을 받은 친환경농산물에는 선택형 공익직불을 확대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지자체 단위에서 먼저 저탄소 경축순환 유기농업(친환경농업) 육성, 참여형 보증시스템(PGS)을 지원할 조례 제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농식품부에서도 지방소멸(농촌소멸) 예방과 친환경농축산업 활성화를 통한 기후위기 예방 전담조직 개편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친환경농업과, 친환경축산과, 친환경임업과 정책을 통합 운영하면 지속가능한 선진적인 친환경농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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